융프라우, 컵라면 한 그릇의 쓸쓸함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로 가던 날
해프닝.
융프라우는 유럽의 가장 높은 전망대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버킷리스트 1위.
그 꼭대기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에게만 컵라면을 나눠주는 이벤트가 있다.
유럽의 정상에서 따뜻한 라면을 먹는 순간.
그건 수많은 한국인들의 버킷리스트였다.
나도 그랬다.
융프라우에 올라간 건
그날의 하늘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 한 그릇이 조금은 기대됐기 때문이었다.
하얀 눈과 푸른 하늘,
그리고 따뜻한 라면.
누구나 말하던 그 한 그릇이
나에겐 아주 작은 꿈처럼 느껴졌다.
줄은 길었다.
15분 동안 줄을 서 있었지만,
"죄송하지만 한국인 분들만 드리고 있어요."
그 말에 나는 조용히 줄에서 빠져나왔다.
그날의 나는
어느 나라 사람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나는 호텔방으로 돌아와
전기포트에 물을 조심조심 끓였다.
혼자 라면을 먹었다.
창밖엔 스위스의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그 하늘 아래 나는
조용히 국물을 들이켰다.
그 한 그릇은
맛있진 않았지만,
슬프지도 않았다.
그냥,
조용하고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