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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연습

오늘도 파도 위에서 나를 마주하는 중

by 헬로 보이저


멈추지 않으면 불안했고,
멈추면 무너질 것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늘 떠나야만 할 것 같았다.
언제나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새로운 시작이 나를 구해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항해를 오래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엔,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무는 일이
더 큰 용기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도, 바람도, 기회도
잡으려 하면 멀어지고
흐르게 두면 제자리를 찾아온다.

그러니 오늘은,
그저 지금 여기.
쏟아지는 햇살 한 모금,
잔잔한 커피 향,
그리고 깊게 숨 쉬는 내 마음에 머물기로 했다.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배우는 중이다.

그건 실패도 아니고, 후퇴도 아니야.
그건 ‘머무는 연습’이야.
지금 이 항해의 또 다른 이름으로.

기다림도 익숙해지고
마음은 편안해지고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손을 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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