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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우 Dec 30. 2019

On the road, 길 위에서  

저항 문학 & 힙스터 & 히피 그 후...

On the road - Jack Kerouac 

'타임스'지 선정 영미 문학권의 100대 소설 중 하나로 꼽히자 여러 가지 이유에서 우리나라의 군사 독재 시절 출판 금지를 당했던 책. 초기 한국에서의 제목은 '길 위에서'가 아니라 한자를 따온 '路上(노상)' 이였다.


 이 작품을 개인적으로 읽었던 시기를 지금도 매우 뚜렷이 기억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창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던 군 복무 시절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많고 많은 고전 문학 중에 군 시절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출간 후 이 책이 세상에 미친 영향을 따졌을 때 흔히 말하는 저항 문학의 '끝판왕' 중 하나로써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샐 파라다이스와 딘 모리아티의 자유로움 그 모든 것들을 간적접으로 나마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솔직하게 완독 후 기대만큼의 충격과 자유로움을 느끼지는 못했다. 

 사실 이 책의 출판 연도가 1957년 인걸 따졌을 때 그때의 시대 상황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인 데다 더군다나 소설 속 줄기차게 등장하는 '마약'과 '섹스'에 공감을 가지기도 힘들었고 더군다나 미국인이 아닌 나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클래식 음악과 마찬가지로 소설 또한 책을 읽기 전 충분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개인적으로 또 느끼게 하는 작품 중 하나였다. 마치 작곡가가 그 당시 처한 상황을 이해한 채로 곡을 다시 들어 봤을 때 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더욱 대단한 곡임을 실감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작품을 읽기 전 희대의 문제의 소설이었자 지금도 미국의 공공 도서관에서 대여 후 반납이 가장 이루어지지 않는 소설 중 하나라는 이 작품의 작가 '잭 케루악(Jack Kerouac)'에 대해 충분히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 윌리엄 보로스, 앨렌 긴스버그, 닐 캐서디와 더불어 1940,50년대의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의 패권을 쥐게 된 미국의 물질주의, 문화적 획일주의 그리고 전통적인 가치관에 반하여 생겨난 대표적인 비트(beat) 세대의 작가로서 힙스터와 히피 문화를 말하는 데 있어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여담으로 사실 저항의 대상과 목표가 많이 달랐다고 생각하지만 저항 시인으로써 서양문화권에서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을 한국의 잭 케루악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 컬럼비아 대학을 자퇴 한 뒤 미국 해군에도 자원입대하게 되지만 정신병의 이유로 전역을 하게 된 잭 케루악은 작가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비트닉 세대의 인물들을 만나게 되며 그들과 같이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경험을 영감으로써 3주 만에 원고지가 아닌 36m 길이의 종이 두루마리에 써 내려간 소설이 바로 이 '길 위에서'이다. 

 만약 영어 독해 실력이 자유롭다면 이 작품은 한글 번역보다는 영어 원어로 읽기를 더욱 추천하고 싶다. 잭 케루악 이전의 이를테면 존 스타인백과 같은 작가들에 비해 플롯이나 문체가 너무나 자유롭고 갖추어진 형식 자체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점에서 잭 케루악과 같은 비트닉 세대의 작가들의 문체의 특징에서 자주 꼽히는 재즈 음악의 영향을 많이 찾을 수가 있다. 스윙 재즈에서 비밥 재즈로 넘어오던 시기 비밥의 자유로움 그 자체는 락앤롤의 탄생 이전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이들에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잭 케루악의 에세이 집에서 그는 닐 캐서디의 재즈 즉흥연주와 같은 흐름을 보이는 그의 편지에서 영감을 받은 적이 있다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 재즈 음악은 주인공 샐과 딘에게 둘 다 힙스터(초기 힙스터의 의미 - 재즈를 탐닉하며 마약에 빠져 살던 사람들)로써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서 실질적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뮤지션 또한 꽤나 많다. 이를테면 비밥의 대표적 뮤지션 찰리 파커 그리고 누구나 이름은 한번쯤은 들어봤음에 분명한 마일스 데이비스까지도 말이다.


  그렇지만 소설의 내용은 정말 아주 간단함 그 자체이다.

 잭 케루악 본인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 주인공인 실패한 뉴욕의 소설가 샐이 그의 친구 딘을 따라 4차례에 걸쳐 히치하이킹을 통해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내용인데 그 과정 속 끝없는 마약과 섹스, 그 당시 마이너 음악을 대표하던 비밥 재즈의 향연이 전부라고 해도 사실 무방하다. 거기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플롯이나 문체가 자유롭듯 가끔 내용의 개연성이나 전개가 좀 황당할 때가 있기도 하다.

 소설 속 딘은 잭 케루악이 어울려 놀던 위에서 언급한 닐 캐서디의 삶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훔치고 소년원을 들락날락하던 점들, 정규 직장을 거부하며 한 개인으로써의 책임이나 의무에 대한 시민적인 사고관 또한 거부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대안으로 삶고 새로운 자극을 찾아 마약과 섹스 음악을 통한 강렬한 체험을 추구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인물로서 말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소설 속 샐의 태도는 본인 자체의 의지보다는 딘에 의해 여러 가지로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 책에서 그래도 중요하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루트 66(Route 66)이 아닐까 싶다. 

미국 횡단을 가능하게 했던 최초의 도로로써 주인공 샘과 딘이 히치하이킹을 하며 주로 달리는 도로이기도 하지만 원래의 아메리칸 원주민이라는 약자를 몰아내고 세운 도로이면서 30년대 대공황 시절 농민이라는 새로운 약자들이 새로운 희망을 위해 올랐던 도로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 2차 세계 대전 직후 경제의 풍요와 함께 샐과 딘과 같은 모험을 찾아 떠나는 청춘들의 길이 되어준 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척 베리와 같은 많은 미국 뮤지션들에 의해 불러진 길이지 않을까 짐작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간단한 내용의 소설이 미국 문학 역사 더 나아가 세계 문학 역사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정말 대단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2차 세계 대전 직후 경제적 풍요를 누리던 미국, 오히려 그 풍요 속 전통적 이념과 사고에 반기를 들던 젊은 세대, 즉 비트 세대를 지칭하는 '비트(beat)라는 단어가 최초로 쓰이게 한 작품인데 실제로 잭 케루악은 소설의 제목을 '길 위에서'가 아닌 '비트 세대'로 정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사실 비트(beat)라는 영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심장이 고동치는 또는 북이 둥둥 울림을 지칭하는 단어이지만 이는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벗어나 그들만의 고유한 철학을 형성하고 자연발생적인 삶의 감각을 느끼려는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의미로써 사용한 단어라고 한다. 

 정치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사실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와 같은 정치색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자본주의 시민사회의 골격을 이루는 모든 윤리적, 사상적, 사회적 틀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저항문학의 대표로 꼽히지 않나 싶다. 

 그와 더불어 삶의 방식으로써의 힙스터에 대한 고찰과 함께 젊은이들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영향으로 꼽는 점으로 이후 60년대 히피 문화가 형성되는 데에 있어 사상적 기초로써 엄청난 기여를 한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대표적인 히피 뮤지션인 밥 딜런, 짐 모리슨 등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또 다른 비트 세대의 작가 윌리엄 버로스는 이 작품을 이렇게 설명한다.

'1957년 『길 위에서』가 출간된 후, 수십억 벌의 리바이스 청바지와 수백만 대의 에스프레소 기계가 팔렸으며,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길을 떠났다. 케루악은 세계적인 규모로 문화혁명을 일으켰다. '


 이후 세월이 흘러 잭 케루악은 알코올 중독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힙스터 그리고 그 이후 생겨나는 히피의 삶의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 소설의 큰 성공이  오히려 본인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추측이 많다.


 끝으로 소설 속 주인공 샐 파라다이스의 대사 한 구절을 인용해 본다.

"나는 더 멀리까지 내 별을 쫓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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