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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우 Feb 03. 2020

셰익스 피어 앤 컴퍼니 & 잃어버린 세대

서점, 그리고 그 이상의 물결

Shakespeare and Company

37 Rue de la Bûcherie, 75005 Paris, France


일 년에 약 9천만 명의 관광객이 오는 도시 프랑스 파리, 

사실 파리를 떠올렸을 때 사람들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들이 많다. 가령 비르카임 다리 근처의 7구에 위치한 에펠탑, 생제르망에서 센느강을 건너면 한눈에 들어오는 루브르 박물관 등 손에 꼽을 수 있는 곳들이 정말 많은 도시이다.


그중 대게 사람들이 소르본 대학 또는 시떼 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구경한 후 필히 들리는 곳이 37 Rue de la Bûcherie에 위치한 영문 책 전문 서점 '셰익스 피어 앤 컴퍼니'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시인이자 60년대를 대표하는 락 뮤지션인 짐 모리슨의 시집을 산 곳이기도 하고 스콧 피츠 제럴드의 소설을 한 권 구매한 곳 이기도하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로맨스 영화의 명작 중 하나 '비포 선 라이징'에서 주인공 에단 호크가 작가로서 인터뷰를 하며 쥴리 델피를 재회하는 공간으로써 기억되기도 한다.



유럽 여행 중 프랑스를 거치게 되면 쉽게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하나가 '얘네는 왜 이렇게 영어를 안 할까..'가 아닐까 싶다. 그런 와중에 영문판 책들을 전문적으로 파는 이 서점의 존재가 꽤나 신기하기도 하다.


 사실 이 서점의 역사는 꽤나 깊다. 1919년으로 그 기원을 올라갈 수 있는데 초창기에는 지금의 서점이 위치한 시떼 섬 근처의 37 rue de la Bûcherie가 아닌 8 rue Dupuytren에서 시작을 하여 2차 세계대전과 함께 독일 나치에 의해 문을 닫기 전엔 파리 6구에 있는 12 rue de l'odéon에 위치하여 있었다. 그 이후 미국의 출판업자 '조지 휘트먼'에 의해 지금의 위치에 'le mistral'이라는 이름과 함께 서점이 재개업하게 되고 원래 초기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의 사장이었던 미국인 출판업자 '실비아 비치'의 죽음과 함께 다시 이름을 지금 또는 초기와 같이 바꾸며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다름이 아닌 서점의 초대 사장이었던 '실비아 비치'가 아닐까 싶다. 서점은 철저히 그녀의 문학적 취향에 맞춘 책들로 이루어졌고 논란과 함께 영국과 미국에서는 출판이 금지되었던 영문학의 금서들을 이 곳 서점에서는 그녀의 재량으로 취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와 동시에 영어로는 'Lost generation', 불어로는 'La génération perdue'라 지칭되는 1920년대 파리를 문학 활동의 중심지로 삼던 미국인 작가들 즉 '잃어버린 새대'들의 흔히 말하는 '아지트'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세대'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영어의 lost, 불어의 perdu(e) 모두 중의적인 의미를 띤다. 무언가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뜻도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길을 잃었다는 표현 또한 영어와 불어에서 저 형용사를 쓸 수가 있다. 사실 '잃어버린 세대'라는 단어는 그 세대의 작가 중 한 명인 거트루트 스타인이 프랑스에서 차 수리를 맡기러 갔을 때 젊은 수리공이 수리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자 베테랑 숙련공이 젊은 수리공에게 "vous êtes tous la génération perdue! (니들은 전부 잃어버린 세대야!)"라고 한 말에서 차용했다고 하는데 헤밍웨이가 자신의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의 서문에서 이 글을 인용함으로써 더욱더 유명해진 말이다.

 무엇보다도 잃어버린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1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의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전후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미국과 이와 함께 아메리칸드림을 외치며 유럽에서 미국으로 몰려드는 이민의 행렬은 오히려 미국을 물질주의와 획일화의 사회로 몰아가게 된다. 이러한 물질주의와 획일화는 미국의 사상적 근본이자 금주법으로 대표되던 청교도주의를 표면화하게 되고 동시에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오히려 기존의 체제와 관습에 대한 거부감과 허무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현상을 나타내게 되었다. 이와 함께 예술적 자유를 갈망하며 파리로 이주하던 미국인 작가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는데 대표적인 작가들로 노인과 바다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위대한 겟츠비의 '스콧 피츠 제럴드', 'TS 얼리어트' 그리고 '에즈라 파운드' 등이 있고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로써 '잃어버린 세대'라는 단어가 쓰이게 되었다.


 여기서 한편으로 가질 수 있는 의문점이 왜 하필 많고 많은 곳 중에 프랑스 파리였을까에 대한 점이다. 

사실 이 당시의 프랑스 파리의 예술적 위치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생겨난 에드가 드가,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느와르 등을 대표적인 작가로 삼는 인상파(Impressionism) 화풍과 함께 2차 세계 대전이 발발 이후 서양 미술의 중심이 뉴욕으로 옮겨가기 전까지의 미술사의 중심지는 누가 뭐라고 해도 프랑스 파리임이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 속 모든 예술적 흐름을 빨아들이던 파리라는 장소가 이들 미국 작가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풍겼으리라 짐작을 해본다.


앙리 마티스 - 모자를 쓴 여인 , 포비즘(Fauvisme) - 인상파 이후 파리를 중심으로 생겨난 화풍, 원색 그리고 야수적인 강렬한 색이 특징이다.


 그 와 중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실비아 비치'에 의해 운영되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감사해야 할 점이라면 단순 서점으로써가 아닌 잃어버린 세대 작가들의 중심지가 되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 의해 작가들의 작품이 세상에 출판되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가령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인생의 처녀작인 '3편의 단편과 10편의 시'의 출판 또한 그녀의 영향이 컸으며 외설과 부도덕이라 하여 뉴욕의 문예잡지에서 게재 금지를 당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 또한 그녀 덕에 다시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잃어버린 세대 작가들을 단순히 20세의 초기의 하나의 영미 문학권의 흐름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들의 영향은 고스란히 힙스터의 가장 초창기 모델이자 히피 문화의 기원이 되는 '비트 세대'의 사상적 뿌리로써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크게 공통분모로써 잭 케루악, 앨런 긴스버그 등으로 일컬어지는 비트 세대 또한 큰 전쟁 즉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물질주의, 기존 관습에 대한 반감과 함께 생겨난 집단이며 본인들 사회에 대한 큰 허무감을 가지고 있었던 세대였고 현대의 산업 사회로부터 이탈하려는 예술가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잃어버린 세대는 비트 세대에게 사상적인 "선례"를 남겨주게 된다.


 단순히 파리에 위치한 영문학 서점이 이렇게까지 큰 의미를 지녔었다는 점을 상기하며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극소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그러면서 막상 크기는 조그마한 이 서점을 볼 때마다 늘 머릿속에 이 문장이 맴돌곤 한다 "무심히 던진 작은 돌멩이가 연못에 큰 물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과연 실비아 비치는 자기의 서점과 출판이 후대에 이렇게나 많은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은 해보았을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동시에 혹시나 내일 파리로 떠난다면 그리고 이 서점에 들일 일이 있다면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 제럴드의 소설을 한 권 구매해보는 건 어떨까 한다. 단순히 책 한 권이 아닌 그들의 숨과 영감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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