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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우 Dec 26. 2019

Freetown Chrisitiania

히피들의 조그마한 공국

 사람들이 대게 '코펜하겐'이라는 도시를 떠올렸을 때 대부분이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북유럽의 이미지와 연관되어 매우 긍정적인 것들만 주로 차지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노르딕 디자인과 요즘 한참 트렌디하게 각광받고 있는 노르딕 퀴진(cuisine), 레고 등의 본 고장이며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등 아동문학의 대가 한스 안데르센이 주 집필활동을 했던 도시 이기도 하다.



 코펜하겐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항구 '뉘하운(Nyhavn)'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이 도시의 대표적인 부촌이자 덴마크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크리스티안스하운(Christianshavn)을 걷다 보면 사실 매우 뜬금없이 풍기는 음산한 느낌과 함께 덕지덕지 붙어있는 콘서트 광고문들 그라피티 등이 자유롭게 나열되어있는 공간을 찾을 수가 있다.



코펜하겐에서 4번째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자 덴마크 행정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하나의 국가로써 취급되어지는 장소 Freetown Chiristiania이다.


 사실 본인들만의 국기와 국가까지도 존재하며 1000명에 가까운 인구를 보유한 자치국이지만 여전히 국가로써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자기네 스스로 자유국가를 표방한 이후 전 세계 어느 나라, 단체에서도 이들을 국가로써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크리스티아나의 주 수입원 중 하나인 대마초와 함께 덴마크 정부와 여전히 많은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근원은 70년대로 올라가 볼 수 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덴마크 해군 기지의 이동 변경이 지금의 크리스티아나인 이 곳에서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 근처인 Holmen 지역으로 옮기게 되면서 해군 기지였던 장소와 건물들이 말 그대로 방치가 되게 되고 그 장소를 히피, 부랑자, 무정부주의자들이 무단점거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이후 그 당시 과격주의 성향의 히피였자 기자였던 제이콥 루드 비드센의 Hovedbladet이라는 잡지에서의 기고문이자 선언문과 함께 이 곳의 자치가 시작된 게 된다.


  

-하나의 자치 공국으로써 나가는 길의 팻말이 꽤나 인상적이다 , you are now entering the EU( 당신은 지금 유럽연합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아나의 지금의 형태는 하나의 스쾃(squat) 운동의 사례로써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원래 스쾃의 의미란 호주의 목동들이 남의 허가 없이 개인의 소유지에 들어가 자기 양들에게 풀을 먹이던 행위를 말하던 것이었지만 80년대 프랑스 파리로 넘어와 집이 없던 가난한 예술가들이 빈 집에 들어가 자기만의 예술 활동을 하던 의미로써 넘어왔으며 지금 현재에는 소외되고 우범화된 장소를 예술가들이 넘어와 예술 중심지로 바꾸려는 운동으로써 설명되기도 한다.

 실제로 크리스티아나 안에서 여름이 되면 줄기차게 이어지는 공연, 콘서트들이 있으며 이 곳 주민들보다는 로컬 코펜하겐 시민들, 관광객들로써 붐비는 장소가 된다. Loppen이라는 이름의 코펜하겐의 가장 대표적인 인디 공연장 또한 이 곳에 있으며 어딜 가나 넘처나는 그라피티들 화가들 갤러리들을 볼 수가 있다. 덤으로 로컬 코펜하겐 지인에 의하면 덴마크 최고의 재즈 잼 세션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예술로써 하나의 동네가 운영되는 느낌이 꽤나 강하다.


 


 얼핏 들으면 히피와 무정부 무의자들에 의한 무제한의 자유가 있을 것 같지만 나름대로의 이곳도 규율이 있다. 폭력 금지, 자동차 또는 오토바이 금지, 중독성이 강한 마약 금지, 무기 소유 금지 등의 9가지 큰 조항이 있는데 최소한의 규율만이 있는 이유 또한 68 학생운동에 큰 영향을 받은 히피들이 자리 잡은 곳으로써 '모든 금지를 금지하라'라는 히피 정신을 지금까지도 잘 이어져간다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이 코펜하겐 시 또는 덴마크 당국과 갈등을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마약이다.  위의 규율에 의하면 중독성이 강한 마약을 하는 행위가 이 곳 안에서 금지된다고 나와있지만 여기서 지칭하는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란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마약을 지칭하는 것이며 크리스티아나 안의 Green district area라고 하는 구역에서는 아주 당당하게 대마초를 거래하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웃나라 네덜란드의 경우 대마초가 합법은 나라이지만 덴마크는 이야기가 다르다. 

 실제로 대마초 구입을 위해 크리스티아나를 방문하는 로컬 코펜하겐 시민들도 있으며 2016년에는 대마초 거래상에 의해 총격 사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3명의 사상자가 일어나는 사건 또한 생겼다.

 

 끝으로 이 곳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의 대단한 사실은 크리스티아나 자체보다는 코펜하겐 시에 있다고 생각이 든다. 71년 이후 본인들은 자치국 가라 표방하며 세금도 한 푼 내지 않은 채 40년 넘게 불법 점거를 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어떻게든 이들과 공생하려는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리스티아니아 철거를 공약으로 내거는 당도 있으며 대법원 판결에 의해 소유권이 코펜하겐 시에 있음이 인정되었음에도 이 곳 자치권을 인정해주는 의미로써 여러 가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코펜하겐 시의 모습에 우리나라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사실 한국만큼 도시의 재개발이 빠르게 일어나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한편으로 그 와 함께 빚어지는 거주민들과 시 사이의 갈등 또한 매우 많이 일어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거주민들이 이 곳 크리스티아니아의 경우처럼 무정부주의로 자유권을 요구하자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지만 코펜하겐 시가 그리했듯 다름과 틀림에 대해 한번쯤은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떠한 결정이든 최고의 결정은 없다 하지만 최선의 결정은 내릴 수 있다고 봤을 때 OECD 국가 중 갈등 지수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에 한번쯤 돌이켜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크리스티아니아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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