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우 Nov 15. 2020

내추럴 와인(Natural wine)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트렌디한 음료

 와인이 목적이 되어 프랑스로 출국을 했던 2011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논제 중 하나는 프랑스 내에서의 와인 산업의 큰 위기가 들이닥쳤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논제는 여전히 와인 생산지로써 명성을 휘날리고 있는 보르도, 부르고뉴 및 다른 생산지에서도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이며 와인이라는 문화가 저물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한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의해 프랑스의 와인 산업이 위기에 봉착하고 있지만 사실 가장 큰 원인은 와인 소비량의 급감에 있다. 60년대에 비해 프랑스 자국 내에서의 와인 소비가 반의 반도 안 되는 상황에 놓여있고 이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2050년에 이르러서는 보르도 와인 생산량의 절반 정도가 줄어버린다는 예측 또한 존재하는 상황이다. 수출로써 이 문제를 타계한다고 하지만 지금 프랑스 와인의 가장 큰 수입처가 중국인 상황에서 일명 고급 와인인 '그랑 크뤼 클라세'들은 수출로써 실마리를 찾는다 한들 나머지 밑 등급의 와인들은 그럴 여력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몇 년 전 뉴스 기사를 통해 봤던 흥미로운 통계로써 프랑스의 젊은 층에 조사를 해본 결과 와인보다는 맥주가 더 좋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한다. 프랑스에 몇 년을 거주하며 느낀 건 와인은 젊은 세대보다는 중, 장년 층 들에 의해 더욱 소비가 되는 느낌이었고 경제적인 측면으로 한국 청년실업률에 대비 약 2배나 높은 청년실업률을 기록하는 프랑스의 상황에서 와인 한잔 느긋하게 즐기며 3,4시간씩 밥을 먹던 문화 또한 간편하고 간단하게 먹는 추세로 변해가고 있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 와 동시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문화가 '내추럴 와인'이 아닐까 싶다. 유럽의 젊은 층이 기존의 와인을 외면해버렸다고 하지만 매우 신기하게도 유럽의 트렌디하다는 동네를 가보았을 때 어딜 가든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장소가 내추럴 와인바이며 파리의 네오 비스트로를 비롯한 트렌드를 이끄는 식당들에서 내추럴 와인만을 자기네 와인 리스트에 올려놓은 점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점에서 내추럴 와인이 이렇게 뜨게 되었을까?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파리에서 내추럴 와인을 처음 마셔봤을 때 가장 먼저 받았던 인상은 와인 라벨들이 너무 독특하고 재밌다 그리고 값이 싸다였다. 그리고 그 동안 스치며 지나왔던 와인들의 맛에 비해 너무나 새로운 맛과 아로마를 찾을 수 있었으며 무거운 바디의 와인들을 보기가 힘들었다.

 단순하게만 봤을 때는 내가 느꼈던 이러한 인상들이 내추럴 와인을 지금의 트렌드 한 음료의 자리에 올려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맛과 향 그리고 포도 품종의 블렌딩에서 조차 기존의 틀을 벗어났으며 우선 위에서 언급했듯 가격이 저렴했고 라벨 하나하나에 재미난 그림들이나 글귀들이 많다. 그리고 맛 또한 일반 와인에 비해 그리 무겁지도 타닌 감이 강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가장 근원적인 관점으로 들어가서 요즘의 트렌드세터들 또는 힙스터들은 지구를 지키고 보호하는 데에 매우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로 인하여 세계적인 아티스트들, 유명인사들 사이에서 베지테리언 더 나아가 비건으로써 사는 사람들이 매우 많고 이 점에서 그들에게 대안을 제시해 준 음료이자 술이 내추럴 와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보는 일반 와인의 경우 포도 경작 과정부터 와인 양조 과정까지 무수히 많은 화학 약품이 들어간다. 포도의 병충해를 막기 위한 농약들과 양조과정에서의 부족한 효모를 채우기 위한 인공 효모 등 말이다. 과연 이 점에서 일반적으로 와인을 만드는 방식이 지구와 인간의 공존의 의미에서 공생이 가능할까에 대한 물음표를 던져 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추럴 와인을 주목받게 하였자 파인 다이닝 씬에 등장시켜준 북유럽의 노르딕 퀴진 또한 비슷한 문맥에 있다. 스칸디나비아에서만 나는 재료들로써만 조리한다는 콘셉트와 지속 가능한 어업과 무분별한 축산산업을 지양하며 그리고 발효를 통해 얻어진 재료들과 같은 자연주의 철학을 지금 제일 잘 투영하고 있는 요리 장르가 아닐까 싶다.   


 내추럴 와인의 장르라 하기에는 이상하지만 이렇게 지구를 지키며 와인을 만드는 세 가지 다른 종류의 와인들이 있다. 바로 오가닉 와인,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 그리고 내추럴 와인이다.

 

 먼저 오가닉 와인과 내추럴 와인 사이에서 혼동을 느끼시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포도 재배 과정에서부터 양조 과정까지 화학 약품 및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게 내추럴 와인이라면 오가닉 와인이란 포도 재배 과정에서만 유기농 공법으로 재배할 뿐 와인 양조 과정에서 조차 인공적인 조미료를 안 쓴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음으로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으로 넘어간다면 과학과 이성으로 지배되는 지금의 세상에서 가장 동 떨어진 방법으로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유기농 비료 및 거름까지 거부되며 모든 것을 와이너리 본인들 자체의 힘으로서 대체하며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고대 로마 시대에서나 볼법한 달과 해의 빛에 따른 점성술에 의지하여 포도를 재배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사정에 빚대어 입춘, 하지, 입추, 입동과 같은 절기가 있듯 물고기자리의 날, 사수자리의 날, 쌍둥이자리의 날 등 그때그때의 점성술적인 관측에 의하여 포도를 키운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내추럴 와인이란 위의 두 가지 공법을 모두 사용하며 와인의 양조 과정에서조차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와인을 의미한다. 즉 유기농 하게 재배된 포도에 그 포도의 자체의 효모만을 이용해 발효시킨 와인을 말한다. 사실 몇 년 전까지 대두되어오던 논란으로써 그러면 어디까지 인간의 개입이 덜 닿았을 때 이걸 내추럴 와인이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 있어왔지만 올해 프랑스에서 법으로 내추럴 와인의 정의에 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이 논란은 갈수록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내추럴 와인 붐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유럽에서 보아오던 가격에 비해 많이 높다고 느낀 가격이나 아직 일반 와인조차 대중화되어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내추럴 와인의 입문의 문턱이 조금은 어렵고 생소하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구를 조금 더 사랑하고 우리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본인이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다면 오늘 하루쯤은 내추럴 와인 한잔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매트릭스'..그리고 색즉시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