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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Mar 12. 2021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freegarden, 신민경 작가님.

브런치에서 처음 당신의 글을 읽었을 때를 기억합니다.

제 글에 달린 작가님의 댓글에 기뻐했던 때도 기억합니다.

당신의 글이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이제 한 권의 책이 되어 제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작은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휩쓸어가는 폭풍우들 속에 무력해진 채 주체의 의지와 외부로부터의 영향력이 마구 뒤섞어버렸던 날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는 ‘휩쓸려가 보지 않은 인생이란 게 세상에 존재할까?’를 질문해 봅니다. 그렇게도 독립적인 인간이길 간절히 바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바람에도 자신의 의지를 쉽게도 내맡긴 채 떠다니기를 반복하지는 않았나 하고요. 그렇게 작은 바람에도 쉽게 지쳐버렸던 저와 달리 작가님은 제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폭풍 속에서도 쉽게 자신을 내맡기지 않았습니다.


맞아요. 작가님 좀 멋져요. 정말이지 멋져요.


기적이란 건 간절한 의지에 약간의 확률을 더했을 때 생기는 것이라 믿었어요. ‘기적’이라는 어감에 담긴 그 ‘언빌리버블’한 느낌을 부정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을 보며 그 간절한 바람, 아니 인간의 의지 자체가 바로 ‘기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기적이 만약 확률을 넘어서지 못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당신은 우리들 마음에 기적처럼 다가올 것이라는 그런 생각.

어쩌면 나는 살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엔 기적이란 게 분명 존재한다는 걸 믿길 바란다.
어쩌면 나는 죽을 것이다. 그땐, 죽기 직전까지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이가 있었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p.19)




해외배송을 했습니다. 작가님의 책이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택배 상자를 뜯어서 책을 읽어볼 용기가 쉽게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장 오늘 저녁밥을 해서 아이들을 먹여야 했고, 아이가 입학할 초등학교를 둘러보러 다녀야 했으며, 남편이든 아이들이든 지인들이든 제 삶에 들어온 누군가를 항상 대면해야 했기에 제가 발 디딘 곳을 벗어나 책이 있는 당신의 공간에 저를 빠뜨리기가 두려웠습니다. 죽음이 있다는 건 알지만 철저히 외면하고 살아가는 마음, 그것이었어요. 저는 제가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항상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라 여겼었는데, 인간의 흔한 오만이었나 봅니다. 용서하세요. 당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키보드에 손을 올려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하루 종일 몸에 뭔가가 가득 차있는 것 같았고 툭 건드리면 우르르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나 역시 이 거대한 우주 속 이유 없이 휩쓸려가기도 하는 작은 인간으로서 이유 없이 화가 났고 분했고, 얼토당토않게 분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진정이 된 뒤에는 책을 읽고 난 후의 제 아픈 마음을 당신 앞에서 글로 써보이는 게 참으로 하찮아 보이더군요.


하지만 이런저런 복잡한 감상 말고 그냥, 당신에게 가서 닿고 싶었습니다. 글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거 아세요? 이런 말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작가님, 저랑 정말 많이 비슷해요. 나와 참 닮은 사람, 닮았지만 나보다 훨씬 더 멋있는 사람. 설익어서 섣부른 고백이 당신에게 행여나 해가 될까 망설여지지만 더 늦기 전에 고백합니다.


인생이 80까지라 한다면 저 역시 그 절반에 아주 조금 못 미치는 인생을 지나오고 있어요.

대학생활, 공모전, 이력서 채우기, 해외 경험, 대기업 취업.

무엇을 위해 사는지 의미나 보람을 찾을 수 없어서, 나를 잃은 것만 같아서 고통스러웠던 시간들.

어릴 때부터 가졌던 타인을 위한 삶에 대한 갈망.


작가님의 말을 빌려 고백하건대,

저는 살면서 마음을 준 이가 많지 않은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내게 당신은 표현할 길 없이 소중한 인연입니다.


겪어보지 않아 모르는 것들을 말하기가 부끄럽습니다만,

책을 읽는 내내 당신의 고통이나 아픔보다는 빛나는 아름다움이 마음속 깊이 들어왔습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입니다.



책 뒷면에 실린 편집장님의 말씀처럼 저 또한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한참을 살아갈 것입니다. 아이들 크는 것도 다 보고, 나중엔 한국에 들어가서 부모님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작가님 말씀대로 제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실천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가 보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각오와 유머로 가득 채워지길.”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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