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과 정원
정원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나는 정원일과 나무 등 식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고 신랑도 마찬가지였다.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들 중 뭐가 잡초이고 뭐가 심어놓은 화초인지 구분조차 하지 못하였기에 정원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뒷마당은 전 주인이 채소를 기르는 화단을 만들어 각종 채소와 포도나무, 라즈베리 나무들을 심어 놓았었다. 작은 연못과 분수 그리고 시내가 흐르게 되어 있었지만 물은 흐르지 않았고 그대로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여러 고민을 하면서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한 뒤 우선 화단을 밀어 없애고 데크를 깔고 연못 위에 낡은 다리를 다시 데크와 같은 스타일로 다시 만들었다.
문제는 차고 지붕이었다. 차고 지붕이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조경업자를 만나서 조경을 의논하였고 그는 2m 정도 되는 회양목을 심어서 지붕을 가리고 연못은 물이 흐르지 않으니 그냥 두면 물이 썩고 벌레가 생긴다며 흙으로 덮어 모래 언덕처럼 만들자고 했다. 조경업자의 말대로 하면 나무, 모래, 자갈 등의 비용이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새로 나무를 깔아서 예쁘게 만들어 놓은 다리와 기존 주인이 만들어 놓은 시내 물길과 연못을 다 포기해야 했다. 결국 나는 한국에 있는 지금은 하늘나라로 돌아간 친한 조경가 언니에게 연락을 해서 상의를 했다. 당시 언니는 암과 싸우면서도 나무를 심으면 차고 지붕은 가려져도 이 집에 가장 큰 장점인 뷰가 사라지기 때문에 높이 자라는 나무는 권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못은 물길이 되어 있으면 펌프를 달아서 물을 끌어올리면 시내와 분수도 다 살릴 수 있다고 알려줬다. 물길이 없더라도 없애지 않고 연꽃과 같은 물속에 사는 식물을 연못에 넣으면 물도 썩지 않고 연못도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 조경업자는 절대 해주지 않는 설명을 해주었다.
언니의 조언 덕분에 나는 인부를 고용하여 펌프를 달아서 시내와 연못을 살리고 차고 지붕이 가릴 수 있는 높이로 화단을 만들어서 은방울 나무와 등나무를 심었다. 은방울 나무는 이곳에서는 상록수라 사계절 내내 초록색을 볼 수 있고 겨울에 꽃이 피기 때문에 골랐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 초록이 거의 사라진 겨울 정원에 초록의 상록수가 싱그러움을 주어서 좋다.
자연을 거의 접할 수 없던 서울에서만 살았던 나는 밴쿠버로 이민 와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매일 깨닫고 있다. 전 주인이 정원을 관리를 잘해 놓아서 사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난다.
3가지 다른 종류의 단풍나무들이 가을이면 각기 다른 붉은빛을 보여준다.
시내를 살려서 그런지 아침이면 지나가는 새들이 물을 먹기 위해 정원으로 모여든다. 시골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물 흐르는 소리와 새소리를 듣고 있으면 도시에 살면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정원이 있으니 언제든 정원에 있는 꽃으로 내가 원하는 꽃다발을 만들 수도 있고 가을이면 사과나무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사과를 잔뜩 딸 수 있다. 아직은 초보 정원사 이지만 앞으로 더 자연과 친해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