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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yong Julie Sim Aug 08. 2020

내 꿈을 나보다 믿어주던 남자의 프러포즈

"꿈을 이루는 그 순간, 가장 환한 빛을 뿜어낼 너의 모습을 보고 싶어"

3년 전, 무모한 꿈을 안고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왔다. 하지만 안개 낀 붉은 금문교 앞에서 다짐한 꿈과 내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의 간극은 숨이 턱 막힐 만큼 거대했다. 


암흑 속에서 맨발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용기 내어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발바닥에 가시가 박혀 피가 흘렀고, 가시밭길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길을 떠나버리는 순간,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영영 알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나는 그저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너라는 사람이 내 삶에 스며들었다. 

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게 직선으로 다가와, 나의 가시밭길을 함께 걷기 시작했다. 꽃길만 걸어도 될 텐데 왜 네가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이 길을 굳이 걸으려 하냐고 묻자, 너는 말했다.  

나는 때론 불나방 같아. 밝은 빛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매료되어 그 빛을 따라가게 돼. 너는 나한테 그런 빛이야. 너의 꿈을 이룰 때까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너를 응원하고 싶어. 그리고 네가 꿈을 이루는 바로 그 순간, 가장 환한 빛을 뿜어낼 너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싶어.


너는 그 말을 아주 오랫동안 묵묵히 지켜냈다. 그리고 나는 수백 번의 실패 끝에, 어느 날 거짓말처럼 꿈을 이루게 되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리는 나를, 너는 한달음에 달려와 부둥켜안으며 말했다. 

너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 지금 이 기쁨을 생각하면, 그동안 걸었던 가시밭길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나 자신보다도 내 꿈을 더 굳게 믿어주던 너는 금문교가 보이는 베이커 비치 앞에서 파란 장미와 푸른 사파이어 반지를 주며 내게 청혼했다. ‘불멸의 사랑’과 ‘신의'와 같은 상징들이 아니더라도, 나는 안다. 

내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오직 당신뿐임을.


너는 가장 어두울 때에도 가장 약한 존재에게서 최고로 밝은 빛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이고, 나는 그런 너를 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나도 너의 불나방이 되고 싶다. 살아가다가 혹여 아무도 너의 빛을 봐주지 않는 때가 오더라도, 나만은 너의 빛을 알아보고 언제까지나 너의 옆자리를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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