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몰랐으면 싶었던 부장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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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 이의신청 절차는 꾀- 간단했다.
이의신청서를 작성하고, 나의 성과 증거 자료를 제출하면 끝.
이의신청서를 인사팀에 제출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까?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과장님, 시간 괜찮으시면 면담 가능할까요?"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이의신청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미경험자를 위해 정보를 주자면,
이의신청 과정에서 인사팀은 중재자 역할을 한다.
아무리 당신이 힘들었고, 열심히 했고, 억울하더라도 인사팀은 관심이 없다.
그들은 중재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인사팀 부장님을 회의실에서 만났다.
절대 가벼운 면담이 아니기에 무거운 공기와 함께 익숙하지 않은 긴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인사평가 이의신청은 여느 이의신청과 다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인사팀이 세팅한 시스템의 잘 못된 점을 파고들었고, 시스템 근간에 대한 이의제기였으므로.
"부장님, 요새 많이 바쁘시지요? 바쁘신데 제가 머리 아프게 해 드렸네요"
"아 아닙니다. 괜찮아요. 제가 도움이 되드려야 지요"
무거운 분위기를 한 번에 깨트리며 상대방이 내 편이 될 수 있도록, 내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가져오는 짬밥. 이건 동물적인 감각일까 회사 생활 짬밥일까? 갑자기 의문이 드네.
"부장님 제출한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A를 반드시 주세요.라고 생떼 부리는 것이 아니에요. 정량을 어떻게 주관이 개입되는 정성이 이길 수 있지요? 그리고 인사팀에서 안내한 절차되로 진행되지도 않았습니다. 부장님께서 저를 좀 이해시켜 주세요. 설득시켜 주세요"
"음.. 인사평가 절차를 다시 한번 설명드릴게요. 자기 평가 이후 1차 평가자인 부장님의 평가가 있었고, 그 이후 2차 평가자 전무님의 평가가 있었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여러 팀의 평가가 결국 2차 평가자인 전무님께 가게 되면 셔플 되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모든 회사가 그렇잖아요. 저도 알만큼 알아요. 부문 단위로, 각 점수별로 비율이 정해진 사실도 알아요"
"네 맞아요 과장님. 사실 2차 평가자는 1차 평가자의 평가를 신뢰합니다. 전무님의 위치에서 개개인의 성과를 자세하게 알지 못하니깐요. 따라서 2차 평가자는 대다수 1차 평가자의 평가를 따릅니다"
" 그러니깐요. 1차 평가자인 부장님은 저를 A로 평가하셨잖아요. 제가 이의신청할 때 부장님이 저를 평가한, 평가서가 첨부된 부장님의 이메일도 인사팀에 제출했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과장님. 제가 몇 번이고 그때 부장님이 제출한 과장님의 자료를 봤었요. 이상해서요. 그것도 몇 번이 나요"
"????"
긴 침묵이 흘렀다.
"부장님 제가 지금 이해가 안 돼요. 지금 되게 무서운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확실하게 해야 해서 방금도 확인하고 회의실 들어왔어요. 저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요..."
다시 한번의 짧지만 강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이런 전개는 원하지 않았다. 이건.. 최악이잖아.
이런 전개는 생각지도 못했다. 제발 아니기를 빌고 또 빌었다.
"과장님.. 음.. 부장님이 인사팀에 처음부터 제출한 과장님 평가는, B였습니다. 그 자료가 전무님께 전달되었어요. 그러니 전무님은 1차 평가자의 평가를 따른 거예요 "
WHAT THE F***???!?!?!?!?
내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전개였다.
인사팀에 A로 제출했다며, 친히 나에게 그 자료와 내용까지 써서 이메일을 보낸 부장은 대체 뭐야???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뚜껑이 열리는 화를 참았다.
"부장님, 다시 한번 저희 부장님께 확인해주실 거죠? 파일 첨부가 잘 못 될 확률이 있잖아요 요새 많이 바쁘셨어요"
"아 그럼요. 과장님.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2주 정도 후에 최종 결과 전달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부장님"
인사팀 부장님에게 마지막 예의를 갖추고 나왔다. 인사팀 부장에게도 화가 났다.
'미친 거야?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해? 하 바보. 나한테 그 이야기는 하지말지. 뭐야 지금 이 상황은!!!!
이 그지 같은 회사!'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나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친한 팀장들에게 해당 정보를 과감하게 이야기했다.
부장의 평판이 어떻게 되던 상관없었다.
"소름 끼쳐. 대박. 확실해? 너 A로 제출한다고 우리한테도 얘기했어. 그런 줄 알고 있었고."
"지금 인사팀 만났어요. 인사 부장이 얘기했어요"
"미쳤네 진짜.. 어떡할 거야 과장님..?"
"저는 일할 때 신뢰가 가장 중요해요. 아시잖아요. 거짓말도 제일 싫어하는 거. 저 단순한 거 아시죠? 이게 이렇게 거짓말할 일이에요? 이까짓꺼로 이렇게 하신다고요??? 저는 이제 부장이랑 같이 일 안 해요. 할 생각 없어요. 팀 이동 할게요. 죄송해요 팀장님들까지 괜히 동요하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나는 내가 리더라 모셨고, 인간적으로 적어도 인간성을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당했다.
내가 욕하는 것은 되었어도 남이, 다른 팀에서 욕 하는 것은 참지 못 했고
대신 싸웠고 어떻게든 우리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 총대 메고 싸웠다.
그 사람의 역량이 부족함을 회사 모두가 알고 인정했어도,
힘든 시절을 함께 했던 전우애가 있었다.
근데 이건 해서는 안 되는 짓 아닌가.
그런 사소한 것에 그렇게 거짓말을 한다고????
그렇다면 그녀는 나에게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해왔던 것 인가.
배신감??? 그것을 넘어선 괘씸함이다.
이건 괘씸함이다.
사람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괘씸죄.
차라리 몰랐으면
적어도 조금 더 그녀의 편에 서서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여전히 회사 욕이나 하고 있지 않았을까?
알아서는 안 되는 리더의 민낯을 알아버린 후.
그날 이후, 그날의 사건 이후 나는 나의 리더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