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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ttee Dec 30. 2020

2020년 갈무리

2021 resolution

2021년을 이틀 앞둔 오늘 12월 30일. 재택이라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됐지만, 그래도 마지막 출근 도장을 찍고 싶어 남편이 쉬는 날을 골라 회사로 나왔다. 오후 3시가 지나 처리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이제 재택 전환으로 집에 가야 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율동공원이라도 가서 한바뀌 돌까,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볼까, 친구를 만나 커피 한잔을 할까. 모처럼 생긴 혼자만의 시간이 아까워 마음이 동동거린다.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연스레 '4층'을 누른다. 회사 안의 나만의 비밀장소. LIBRARY. 


나무 선반에 철제 꽂이가 한 면 가득한 회사 도서관은 내가 우울할 때, 생각이 많을 때, 오늘같이 집에 가고 싶지 않을 때 몰래 찾아오는 공간이다. 팀원을 마주칠 일도 없고, 다른 카페나 서점에 가지 않아도 느낌적인 느낌을 주는 소중한 공간. 휴직할 때 제일 그리워했던 곳이 바로 이 회사 LIBRARY. 2020년의 마지막도 여기서구나. 




2020년은 어땠나. 


1월 - 6월까지 휴직 6개월은 코로나로 고스란히 아이와 함께 집에서 보냈고, 복직 후 꿀 같은 4.5개월을 보내고는 다시 코로나로 육아 재택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아이는 정말 많이 커서 이제는 웬만한 대화도 되고, 깜찍한 말도 가끔 내뱉어 육아 재미를 톡톡히 누리는 중이다. 아이 세 돌까지는 엄마와 함께 있는 게 좋다는 말을 제일 싫어했는데, 코로나 덕분에 이 말을 거진 지키게 될 줄이야.


고백하자면, 복직하면서 내가 마음속에 간직한 목표는 12월까지 회사 다니기였다. 현실적인 이유는 12월이면 휴직기간 동안 못 받은 일부 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고, 끼워 맞춘 이유는 내년이면 5살이 되는 준이를 유치원에 보내려면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진짜 이유는 6개월은 내가 회사에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휴직급여 사후 수령은 어제 마쳤고, 내년에는 어린이집도 못 보내게 생겨서 유치원은 생각도 안 하고 있고, 회사에서 버틸지 말지를 판단하기 애매한 재택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새해니까 마음속에 단어 하나는 품고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도서관으로 내려왔다. 독립, 담대, 치밀함, 성의 등 생각나는 단어가 많지만 올해는 '관점'으로 정했다. 


나는 깊이보다는 넓이를 찾는 사람이다. 깊이를 파기 적합한 성격도 아니거니와, 세상에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아 깊이 파기에는 시간이 없을 것 같다. 내 커리어를 뒤돌아 봐도 한 산업, 한 회사 공부해서 딜하고, 다음 딜은 또 다른 산업 다른 회사를 공부하는데, 그게 내 일 중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다. 이렇게 얕고 넓게 아는 류의 사람이 꼭 갖춰야 할 것이 '관점'이다. 관점 없이 새로운 걸 살짝 공부하고 경험하면 그 경험은 파편적인 정보와 어렴풋한 느낌으로만 남아 있다. 즉 남아있는 게 별로 없다. 이걸 '심미안 수업'을 읽다 문득 깨달았다. 깊이 파는 류의 사람들은 파다 보면 자연스레 관점을 갖게 되겠지만, 슬쩍슬쩍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리저리 휘둘리기 쉽다. 


그래서 나의 내년 결심. 관점을 갖자.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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