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by 거여동이푸푸

번아웃
25/4/8, 거여동이푸푸

손에 쥔 공은 단 하나도 놓기 싫어 저글링 하며 살았다.
양손에 공 하나씩 쥐고,
공중에 두세 개를 띄우는 건 기본이었다.

공중에 띄워진 꿈과 바람,
누구도 아닌 내가 스스로 짊어진 짐들,
내 손에 쥐지 않으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져 깨질까 두려웠다.

이렇게 사는 게 옳은 거고,
이렇게 사는 게 내 인생이지.
쓰고 써도 또 채워지겠지.
계속 퍼내기만 했다.

깜빡깜빡하는 남은 힘까지 쥐어짜고,
하얗게 타버렸다.

멈추세요. 그러다 죽어요!
그 말에 정신 차렸다.

아니요.
미안해요.
남에게 싫은 소리가
나에겐 좋은 소리였네.

남에게 묻지 않고
나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난 누구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내가 못내 싫어하는 건 뭐지?

나에게 묻고 물어보니 내가 좀 더 선명해진다.
흔들거리던 세상이 한결 단단하고 포근해졌다.

내 나이 45세,
이제 저글링이 아닌
배스킨라빈스 31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골라먹어야지.

이거 아니면 저거,
다 꽃놀이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