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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우 Oct 22. 2022

맛집에 관한 단상

맛의 즐거움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우연이란 무엇인가.
첫째, 그것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무엇과 무엇이 만난 것이다. 셋째, 드물게밖에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눈앞의 별것 아닌 사물이나 현상을 있을 수도 있었고 없을 수도 있었던 '우연'으로서 발견할 때 사람은 놀라는 동시에 '고맙다'라고 느낀다. '지금(present)'이 있는 그대로 '선물(present)'이라고 실감하는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 모리타 마사오 <수학의 선물> 중.


강연을 할 때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맛집'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맛을 통한 즐거움은 상대적이고 개인적인 어떤 찰나에서 오는 것이지, 고정 불변하는 어떤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딘가 가려고 할 때 누가 정했는지 모를 '맛집' 리스트를 미리 정해 놓고 그것만 취하고자 하는 행위는 어쩌면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만 우연을 통해 발견하는 더 큰 즐거움은 얻지 못한다. 전적으로 음식 자체에서만 맛을 찾을 수밖에 없다.


감동할 만한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선 우연에 거는 일종의 도박이 필요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랄까.


이미 소문난 집에 가서 음식을 먹고 만족하는 것과,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남다른 즐거움을 느끼는 것. 전자에서 만족할 수 있는 건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음 뭐 역시 소문대로네'. 본인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선물을 받는 마음이랄까.


후자의 경우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대상에게 깜짝 선물을 받을 때의 마음이다. 모리타 마사오의 말처럼 우연으로 발견하고 놀람과 동시에 고맙고 지금에 감사하게 된다.


어떤 태도와 자세로 음식을 대하느냐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 원효의 해골물처럼. 기대를 내려놓은 나 자신과 마주한 우연이 맛의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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