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Baan Chang Cafe 의 코끼리들

누군가의 추억이 아닌, 그들 삶의 자유를 위해

by 리안

크라비 여행 중, Baan Chang Cafe라는 곳을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오픈 초기라 어떤 리뷰나 피드백도 없던 Baan Chang Cafe.




20240801_122614.jpg


“근처에 갈 만한 곳 있을까요?”
택시 기사에게 툭 던진 질문이 시작이었다.
그는 우리 가족이 동물을 좋아한다고 하자, 이곳을 조심스레 추천해주었다.
“그곳엔 코끼리랑 함께 지내는 사육사가 있어요. 아기 코끼리 때부터 함께 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가족은 동물을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진심으로 동물을 사랑한다.
심지어 나는 거미도 좋아한다.

아이 다섯 살 무렵, 발리의 동물원에 간 적이 있었지만, 그 뒤로는 가지 않았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나는 유리창 너머의 슬픈 눈빛이 잊히지 않았다.
그때 느낀 묘한 씁쓸함이 자꾸만 마음을 붙잡아, 우리는 동물원을 멀리하게 되었다.




20240801_132219.jpg


그렇게 도착한 Baan Chang Cafe는 말 그대로 탁 트인 공간이었다.

카페는 자연 속에 놓인 듯 모든 공간이 시원하게 열려 있었고, 인테리어는 멋스러웠다.


입장료는 어른 100바트, 어린이 50바트. 코끼리 먹이는 한 바구니에 100바트.
아직 방문객이 많지 않았던 탓인지, 누군가 먹이를 들고 다가가면 코끼리들이 종종걸음으로 울타리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순박했는지,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20240801_120725.jpg
20240801_120729.jpg


그곳의 사육사는 코끼리들의 이름과 나이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제일 어린 코끼리는 다섯 살쯤 되었을까.
사육사는 “엄마가 불러도 말을 안 듣고 계속 장난만 쳐요”라며 웃었다.
우리 아이는 그 아기 코끼리와 정말 잘 어울렸다.
사육사, 아이, 아기 코끼리.
그 셋이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모두가 웃고 있었다.




20240801_125035.jpg


그곳의 코끼리들은 사육사를 정말 좋아하는 게 느껴졌고, 우리는 진심으로 그 시간들을 즐겼다.

하지만 그날,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코끼리 말고도, 앵무새 한 마리가 사슬에 묶여 있었고, 아기사자와 엄마사자는 철창 안에 웅크려 있었다.
두 마리는 무서웠는지 서로에게 등을 기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여행의 기억을 정리하며 다시 그곳을 검색해보았다.
놀랍게도 지금은 너구리, 사슴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관리 상태가 엉망이라는 악평도 많았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 한가지.
코끼리들은 모두 줄에 묶여 있었다. 그날 자유롭게 장난을치던 아기 코끼리의 목에도 줄을 매달아 놓았다.

그때 그 따뜻한 사육사들은 어디로 간 걸까. 혹시 그들도 변한 걸까.

시간이 바꾼 건 공간일까, 사람일까, 동물들의 삶일까.

이 사실은 아직 코끼리와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아이에게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 추억이 그대로 예쁘게 남아있기를 바랐다.
추억이 흐려지는 건, 어른인 나만으로 충분하니까.


에세이를 작성하며 진심으로 바란다.

코끼리들이 다시 줄 없이 자유로울 수 있기를.
앵무새가 날개를 펼치고, 사자 가족이 두려움 없이 서로를 안을 수 있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크라비 아오낭 야시장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