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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비 아오낭 야시장을 가다

악어를 먹은 밤

by 리안

태국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 바로 야시장이다.

크라비 여행을 계획했을 때부터 우리는 야시장을 한번 방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저녁, 하루 종일 덥다가 스콜성 비가 후드득 내리더니 갑자기 기온이 살짝 내려갔다. 시원한 바람에 기분도 좋아진 그 타이밍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야시장으로 향했다.





구글맵으로 검색해 보니 아오낭 야시장까지 걸어서 36분이 걸린다고 나왔다.

하루 종일 수영을 한 탓에 지친 우리는 야시장까지 툭툭이를 타고 갔다. 이 요란하고 작은 교통수단은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 콘텐츠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툭툭이 안에서 우리는 오늘 저녁이 어떤 맛과 냄새로 채워질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도착한 아오낭 야시장은 화려했다. 불쇼가 시작되고, 밴드 공연이 흘러나오며 사람들의 열기가 후끈했다. 한편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 하나, 현지 친구들 중엔 이 야시장을 단 한 번도 가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여긴 철저히 ‘관광객을 위한’ 시장이었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들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관광객이니까!





야시장은 바닷가 도시 크라비답게 해산물 요리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지글지글 소리와 군침 도는 냄새는 어떤 음식을 고를지 한참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시장 한쪽에서는 정체성이 의심되는 오코노미야키가, 또 다른 곳에서는 화덕 피자가 구워지고 있었다. 태국 야시장에서 이국적인 음식들이 즐비해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우리는 결국 화덕에서 구워지는 피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페퍼로니 피자 한판을 주문했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 이곳이 관광객을 위한 야시장이라는 것, 그리고 나 역시 그 관광객 중 한 사람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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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에서 우리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악어 고기였다.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악어 꼬치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먼저 시선을 붙잡은 건 불판 앞에 진열된 커다란 악어 머리였다. 너무 실감 나서 장식인지 진짜인지 헷갈릴 정도였는데, 내가 조심스레 진짜 인지 묻자, 꼬치를 굽던 주인아저씨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한번 만져보라고 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손끝으로 살짝 건드려 본 그 촉감은 아저씨의 자신감을 증명하듯 정말 진짜 악어 머리였다.


진열된 악어 머리들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고, 그에 이끌려 너도나도 악어 꼬치를 하나씩 사 먹어보고 있었다. 우리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결국 꼬치 하나를 사서 먹어봤는데, 약간 질긴 닭고기 같은 식감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다소 충격적인 첫인상과 달리, 특별한 경험을 남긴 한 입이었다.





하지만 그 옆의 곤충 요리는... 멀리서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안 그래도 야시장 열기에 입맛을 잃어가고 있던 우리는 완전히 입맛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 얘기를 현지 친구들에게 했더니, 반응이 정말 가관이었다. “악어를 진짜 먹었어? 우리는 절대 안 먹어!" "왜 곤충을 시장에서 구워 파는 거야!”라며 질색팔색했다. 알고 보니 그런 음식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쇼 푸드’였던 것. “태국에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그런...”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태국의 대명사와도 같은 수박주스, 땡모반과 무삥을 사고, 주문해 두었던 피자를 픽업하여 숙소로 복귀했다.

라비 여행의 밤은 이렇게, 땡모반의 달콤함과 악어 꼬치의 충격, 그리고 시원한 Chang Beer와 함께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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