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안녕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짐도 아니고, 비행기 시간도 아니었다. 바로 우리 가족의 막내, 반려견 댕댕이었다.
2019년부터 함께한 댕댕이는 우리 가족의 일상 그 자체였다. 다행히 친정엄마가 종종 우리 집에 오가며 친밀감을 쌓아둔 덕분에, 여행을 가는 동안 댕댕이를 친정집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걱정은 또 있었다.
바로 우리 아들이었다.
아이는 댕댕이와 삼일 이상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여행을 며칠 앞두고부터 아이는 댕댕이를 꼭 껴안고
"밥 잘 먹고 있어야 해?"
라며 가족을 그리워할 댕댕이를 염려했다.
그러다 여행 날짜가 가까워지자 조용히 댕댕이를 쓰다듬으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친정엄마는
"할머니가 맛있는 간식도 주고 잘 돌봐줄게.”
라고 말씀하시며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 주셨다.
여행을 떠나는 설렘도 잠시, 집을 떠나기 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나는 가장 먼저 여행 준비물 리스트를 만들었다. 아이 옷, 수영복, 선크림, 여권, 충전기… 체크박스를 하나씩 채워가며 소소한 성취감이 있었다.
하지만 여행 준비는 짐 싸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떠나 있는 동안 집이 무사해야 하고, 돌아왔을 때 쾌적해야 한다.
첫 번째로 빨래 해결! 여행에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밀린 빨래를 마주하는 건 끔찍한 일이므로, 출발 전 모든 세탁물을 깨끗이 해두었다.
두 번째로 대청소 완료!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상쾌함을 위해 집 안 구석구석을 닦았다. 여행 가기 전에 대청소라니, 아이러니하지만 이게 바로 ‘잘 쉬기 위한 노동’이다.
마지막으로, 습기와의 전쟁! 우리 가족은 장마철에 여행을 떠난다. 습한 여름, 창문을 꼭 닫고 떠나야 하는 집은 그야말로 곰팡이의 천국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습기제거제 50개를 집 안 곳곳에 배치했다. 신발장, 옷장, 침대 밑, 심지어 서랍 속까지. 혹시라도 이 친구들이 우리 집을 지켜주지 못하면, 돌아와서 나를 반기는 건 집이 아니라 곰팡이 왕국일 테니까.
우리 가족은 반려견과 함께 친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댕댕이에게는 첫 비행이었지만, 다행히 아주 잘 견뎌 주었다. 공항에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두리번두리번 돌아보며 신이 난 듯 보였다.
비행기 안에서는 반려견 캐리어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무사히 첫 비행을 마쳤다.
댕댕이는 친정집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듯 친정엄마에게 꼬리를 흔들며 안겼다. 친정 부모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셔서 마음이 한결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