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
대학 졸업 후 독립을 하였다. 전주에서 24년간 가족과 함께 살아왔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 있는 직장에 취직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엄마와 따로 살게 됐다. 먼저 언니들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서울 자취생활을 도전할 수 있었다.
첫 직장에서 6개월도 채 안되어 신규프로젝트팀에 발령이 났다. 매일 야근을 했다. 신규프로젝트팀에서 근무하고 6개월이 지날 무렵 나는 살이 많이 빠졌다. 사진을 찍으면 살이 푹 패여 보일 정도로 보였다. 모든 업무를 새로 배우고 적응하느라고 1년간은 힘든 시간이었다. 힘들지만 한 달 열심히 일하고 나면 월급통장에 찍히는 2백만 원 가까이 되는 금액에 만족하였다. 예전에 만져볼 수 없는 큰돈이었다.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도 모르고 딱히 뭘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차곡차곡 저축만 했다.
월차, 연차라는 개념도 잘 몰랐다. 신입사원이고 일이 바빠서 휴가를 낼 생각도 못했다. 명절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명절에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건 하나였다. 남들도 비슷하겠지만 고향에 내려가서 엄마랑 시간을 보내는 거였다. 명절 기차표 예약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고속버스표를 겨우 구해서 전주 고향에 내려갔다.
집에 내려가기 전에 엄마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뭐 먹고 싶어?
엄마를 떠올리면 여러 가지 생각이 난다. 그중에서 나는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올린다.
엄마라는 단어에서 '뭐 먹고 싶어'라는 문장이 교집합처럼 항상 따라다닌다
이 질문에 나는 항상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시래깃국이랑 두부조림
나는 들깨가루가 잔뜩 들어간 시래깃국을 좋아한다. 국물요리를 먹어도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잘 먹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된장을 풀어서 들깻가루 맛이 진하게 우러난 시래기 국물은 한 방울도 남기질 못한다. 두부조림은 먼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프라이팬에 구워낸다. 구워낸 두부를 갖은양념이 섞인 간장 양념장을 끼얹어서 다시 약한 불로 익혀준다. 적당히 간이 배인 따뜻한 두부조림은 짜지 않아서 밥 없이 그냥 먹기도 했다.
결혼을 하고 볼품없는 요리 솜씨지만 시래깃국과 두부조림을 해보았지만 엄마의 맛은 흉내 낼 수가 없었다.
엄마는 2003년에 돌아가셨다. 엄마의 부재는 나에게 어떤 부재로 다가올까? 언제난 따뜻하고 기대고픈 품이 없어진다는 거다. 내 삶이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없는 거다.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을 절대 먹을 수 없는 거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에는 매일 눈물만 흘렸다. 엄마를 보고 싶다는 마음만이 간절했다. 많은 시간이 흐르니 담담하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엄마가 만들어준 시래깃국과 두부조림을 먹을 수가 없겠구나
지금도 두 가지 음식을 먹으면 항상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가 계실 때 두가지 음식 만드는 방법을 물어본 적도 없고 궁금해 해 본 적도 없다. 내가 언젠가는 혼자 만들어먹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질 않았다.
나는 이제 엄마가 되었다. 내 아이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음식이 있을까? 워낙 나는 요리 솜씨가 없고 요리하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가족이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음식이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음식 말고 엄마란 존재를 기억할 수 있는 요소는 많다. 그래도 울 아이들이 나중에라도 엄마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음식이 한 가지는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