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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은 Aug 12. 2021

[필사 노트-라틴어 수업] 난 왜 영어공부를 할까?


아침의 시원한 바람이 좋다. 진한 초록빛을 자랑하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블로그를 쓰는 시간은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하루를 이렇게 시작하면 왠지 낮 동안 마음이 가볍다. 묵혀놓은 뭔가를 잘 덜어낸 느낌이다. 저녁보다는 아침에 글을 쓰면 이중의 기쁨이 생긴다. 




어제 읽기 시작한 '라틴어 수업' 책에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가득하다. 몇 달 전에 읽을 때는 재미없어서 열자도 채 읽지 못하고 포기한 거다. 왜 지금은 한 장 한 장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문장으로 가득 찰까? 


이 책을 읽으며 술술 읽힌다. 재밌다는 표현을 자꾸만 내뱉고 싶다.





       


        라틴어 수업저자 한동일 출판 흐름출판 발매 2017.06.30.












만일 여러분이 뭔가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내가 왜 그것에 간심을 가지게 됐는지, 왜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한 번 들여다보세요. 그다음 내 안의 유치함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비난하거나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이 앞으로 무엇이 될까, 끝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치고 힘든 과정에서 오히려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그러니 그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의 그 마음이 그저 그런 유치함이 아니라 '위대한 유치함'이란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난 영어공부를 40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50살이 다 되도록 하고 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고 있다. 현재는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 원서 읽기를 한다. 한 달에 한 권씩 청소년 소설 위주로 읽는 중이다. 이제 열 권이 넘어서고 있다. 예전에는 영화 대본 섀도잉을 혼자서 가열하게 몇 개월을 해보기도 했다. 중간중간에 회화책도 사서 며칠 외워보기도 하고 문화센터에 다니면서 회화 연습을 해보기도 했다. 지금은 원서 읽기만 하고 있는 상태다. 가장 편하고 재밌게 할 수 있는 내 영어공부법이 되었다. 책 내용을 알게 되는 기쁨이 크다. 독해 실력도 계속 느는 것 같다. 이번 달에 보는 책은 글씨도 작고 페이지도 많아서 하루 분량을 보는 게 힘겹다. 찾아야 할 단어 수도 많아서 내 수준에 버거운 책이긴 하다. 하지만 문장 해석 능력이 점차 늘고 있어서 좋다.




<온라인 모임에서 함께 읽은 원서들>





       


        Wonder저자 RJ Palacio출판 RandomHouseUSAInc발매 2014.06.01.




       


        Number the Stars (Paperback) 저자 로이스 로우리 출판 HoughtonMifflinHarcourt발매 2011.05.02.




       


        The Alchemist저자 파울로 코엘료 출판 HarperPerennial발매 2006.09.01.




       


        A Long Walk to Water저자 Park, Linda Sue출판 HoughtonMifflin발매 2011.10.00.




       


        How to Steal a Dog저자 바바라 오코너 출판 SquareFish발매 2009.04.01.




       


        The Little Prince저자 편집부 출판 Harcourt발매 2000.01.01.




       


        Tuesdays With Morrie저자 미치 앨봄 출판 BantamBooks발매 2005.12.27.







       


        When You Trap a Tiger저자태 켈러 출판 RandomHouseUSAInc발매 2020.01.28.




       


        The Miraculous Journey of Edward Tulane저자 케이트 디카밀로 출판 CandlewickPr발매 2015.12.08.




       


        Hoot저자 칼 히 아슨 출판 RandomHouseChildrensBooks발매 2005.12.27.




11번째 책을 읽고 있다.




원서 읽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독해 능력은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말하기, 듣기 능력은 안된다. 외국인 길을 물어보면 알려줄 수는 있겠지만 내가 길을 알려줄 일이 얼마나 있을는지 모르겠다. 결국 언어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실력은 아직 멀기만 하다. 물론 말 트이기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랜 기간 영어를 붙잡고 있긴 했는데 실력이 잘 늘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좌절감도 들고 포기하고 싶기도 하다.




왜 영어공부를 하냐고 물어보면 이제는 바로 대답하기도 어렵다. 처음에 시작했던 마음은 회사에서 영어를 못해서 기회를 많이 잃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아서였다. 지금은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닌데 왜 하는 걸까? 솔직히 영어를 잘하면 멋있어 보이기 때문에 난 계속 공부를 한다. 약간은 유치한 이 발상이 부끄러워서 차마 입 밖에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라틴어 수업] 책에서 '위대한 유치함'이라는 공부 목적을 발견하자마자 속이 시원했다.




거창한 목표를 갖고 하는 게 아니다. 남들 앞에서 좀 더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맘이 크다. 대개들 해외여행 가서 써먹으려고 영어공부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런 목적도 약간은 포함된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그다지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여행영어의 열망이 그다지 크진 않다. 영어공부를 하다 보면 여행 가서 좀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어를 잘해서 내 생각을 수월하게 표현해서 사람들과 관계망을 더욱 넓힐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건 너무나 큰 목표처럼 다가온다. 언어는 결국 소통의 수단이니깐.




지인들 앞에서 솰라솰라 내뱉는 내 영어실력을 뽐내는 순간을 상상하면 내 몸 안에서 긍정의 엔도르핀이 샘솟는듯하다. 실제로 이뤄지기보다는 상상만으로 그치는 실력이지만 난 오늘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는 영어를 잘하는 모습을 상상해서 공부하기보다는 루틴으로 굳어져서 묵묵히 하고 있다. 하루 일과 중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독해 감각을 계속 키워나가는 소박한 바람이 크게 차지했다.







하지만 영어공부를 하는 목적인 멋있어 보이려는 '위대한 유치함'을 다시금 내 가슴속에 불러일으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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