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플로리스트 이야기 #5
지난 주말.. 화환을 만들었어요.
서양권에서는 장례식장용 화환이나 집으로 보내는 꽃이나..
다양한 색들을 써서 꽃을 만들지요. 처음에 여기서 꽃일 시작하면서 그게 가장 놀라웠는데,
사실 캐나다에서 10 년 넘게 살았어도 장례식을 가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다,
장례식에 갈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아시아쪽이어서서 늘 흰 꽃만 봤었던 것 같아요.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늘 흰색 계열을 쓰는 문화가 남아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시아계 이민자들말고, 유독 흰색을 좋아하는 문화권이 있는데 바로 페르시아계.. 그들은 신기하게도 결혼식에도 흰꽃을 사용하고.. 신부가 좋아하는 색이 있다 하더라도 악센트만 줄 정도로 사용하죠. 그리고 그들은 더 신기하게도... 일반 꽃들을 할 때도 (홈데코, 여친에게 주는 부케, 등등 거의 항상 흰꽃을 원합니다.) 이 커스터머가.. 페르시아계였고, 당연히..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흰색 리스 장례화환을 주문합니다.
밴쿠버는.. 지난 주말 내내 거센 비가 내렸어요. 밴쿠버의 가을이 시작됐단 것을 느낄 수 있던 주말이었죠.
다 만들어 놓고 창가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데..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기에.. 얼마나 걸맞는 날씨인가..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봤어요.
플로리스트가 되기 한참 전에.. 어느 책에서 이런 글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결혼하며 꽃잎이 뿌려진 길 위를 걸으며 생애를 시작하고,
우리는 죽을 때 꽃이 덮인 관뚜껑을 위에 두고 생애를 끝낸다."
생일, 입학, 졸업, 결혼, 죽음.. 그리고 이 외의 많은 축하와 애도를 해야할 때 꽃이 늘 함께 있고,
그것을 만드는 일을 하는게 참 좋고 뜻깊다... 이런 진부한 플로리스트들의 소감을 뒤로 하고라도..
그런 특별한 감정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조금씩 꽃을 만드며 매일 느끼게 되는 건..
행운이기도, 불운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지금,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그 누군가에게, 이 꽃을 바치고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