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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게걷는여자 Jan 03. 2022

여섯밤의 애도(고선규 지음)

자살사별자 자조모임 메리골드

1. 전혀 모르던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된 것은 무엇입니까?

'자살 경고신호'에 대한 자살예방교육이 자살 사별자들에게 죄책감을 안겨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저렇게 신호를 보냈는데 왜 몰랐냐'는 죄책감을 가중 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자살 사별자들이 일반 사별자들과 특히 다른점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살 예방교육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2. 잘못 알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애도는 정해진 틀이 있는게 아닌, 자기 몫의 고유한 과업이 있는 과정이다.

이 책에서 지적했듯이, 저 또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을 '애도의 틀'로 생각해왔습니다. 애도과정이 정해진 순서를 따를거라 여겼습니다. 사별자가 겪는 애도 과정은 모두 고유하며 저마다 중간중간 반드시 겪고 해결해야 할 과업이 있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애도상담의 경우 고통을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내담자들이 조금 더 많은 데, 이런 경우에는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아파하며 충분히 감정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과 반면에 고통에만 빠져있는 내담자에게는 자신의 삶을 돌볼 수 있도록 적응·회복의 과업을 도와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3. 어렴풋이 알고 있다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무엇입니까?

▶애도에 있어 타인이 덜어 줄 수 없는 '자기 몫의 고통'을 온전히 짊어져야 함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돌보며 고인과 나의 관계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엄마는 자식을 잃었고 당신 역시 언니를 잃었다(p.113)

'죽음에 대한 애도반응을 가족이라는 한 덩어리로 생각해왔는데, 같은 가족이라도 고인과 맺고 있던 관계에 따라 애도 반응은 고유하며, 심지어 유품에 대한 생각마저도 다르다고 합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형제는 형제대로, 자매는 자매대로, 타인이 덜어 줄 수 없는 '자기 몫의 고통'을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인과 나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우선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시간이 흐른 뒤 각자가 겪고 있는 고통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나아가 고인의 빈자리로 인한 역할 변화와 긴장, 갈등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있을 때 '고인의 이름을 지우지 않고도 가족의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는 치유와 회복이 일어남을 알게 되었습니다.


4. 이 책의 핵심을 한문장으로 말하면 어떻게 됩니까?

▶자살 사별자의 애도란 '왜 죽었는가?'로 시작하여 '어떻게 살았는가?'로 고인을 온전히 기억하는 일이다.

'온전히 기억해야,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음'을 되새기게 됩니다. 고인을 모독하는 것도, 반대로 추앙하는 것도, 고인을 반쪽으로 기억하는 일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존재였고, 어떤 의미였으며, 그 사람으로 인해 나는 무엇을 잃어 슬퍼하는지(P.96)'를 충분히 느끼는 과정을 통과하며 삶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 때 온전한 애도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속에서 혼란스럽게 엉켜있던 감정의 덩어리들이 슬픔으로 정제되고, 죄의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 용서를 거쳐, 다시 희망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5. 이 책을 읽고 내가 변하게 된 것은 무엇입니까?

▶적어도 '자살은 그 사람의 선택이므로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식의 섣부른 위로는 하지 말아야 겠다.


어쭙잖은 위로가 오히려 자살 사별자를 불편하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6. 이 책을 통해 뚜렷해진 생각은 무엇입니까?​

▶정체성의 위기는 사춘기나 중년기에만 겪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처럼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상실의 체험을 통해서도 찾아온다.

정체성의 위기는 사춘기 아이가 어른이 되듯, 정신적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면 더 성숙한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이를 PTG(Post traumatic Grouth: 외상 후 성장)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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