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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게걷는여자 Feb 01. 2018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영화 《1987》을 보고...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인권유린이 불과 30여 년 전에는 가능했다.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 연행돼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 사인은 '물고문 도중 질식사'였지만 이를 거짓은폐하겠다고 꾸며낸 말이었다.


당시 12.12군사 반란을 일으켜 장기집권을 하고 있던 전두환 군부 독재 세력은 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화 요구를 강경 탄압으로 일관했다. '정의 사회 실현'과 '애국'이라는 말로 날조된 칼날을 민주화 세력을 빨갱이로 엮어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그 시절 '반공주의적 광기'는 무소불위의 권력유지를 위한 편리한 도구였다. (지금은 그들이 태국기 부대로 둔갑한 일은 참 안타깝다)

영화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하여 6.10민주항쟁이 일어나기 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한 두 사람의 메시아가 세상을 바꾼게 아니었다. 겁박과 고문 그리고 최루탄과 곤봉의 두려움 대신 양심을 택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행동이 독재로 흘러가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것이다. 지금은 당연하지만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는 권리는 저절로 획득된게 아님을, 민주주의는 저절로 얻어진게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영화에서 가장 많은 내적 갈등과 변화를 겪는 캐릭터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라고 회의하던 가상의 인물 87학번 대학생 연희이다. 두려움과 불신 때문에 불의에 저항하기를 외면하던 평범한 소시민이던 연희가 뜨거운 함성속으로 동화되기까지, 연희의 감정선을 따라 공감하며 갈등하고 깨닫게 된다. '행동 할 때만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대통령 직선제로 뽑은 첫 대통령이 결국은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가 되는 비극이 되풀이 된 게 아니냐고. 역사는 같은 곳을 맴도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양심들에 의해 나선형으로 천천히 진보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1987년의 그날로 인해 이땅에서 군부독재가 사라지고 대한민국 헌법이 대통령 직선제로 바뀌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건 사실이니까.


광장의 촛불이 꺼지지 않는 한 '정의의 물결 넘치는 그날'은 언제까지나 유효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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