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사람의 마음에 내리는 좋은 비
2016. 7. 5. 장대비 쏟아짐
오늘은 호우豪雨가 내리던 날이었다. 자동차 수리를 위해 함께 카센터에 가던 중 남편은 회사 갈 때 메고 다니는 백팩에서 뭐 좀 꺼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남편은 운전을 하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가방 안쪽 큰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예상 밖의 '돈뭉치'였다. 하루 커피 값과 담뱃값 명목으로 7000원의 현금 용돈을 받고 있던 남편이기에 '돈뭉치'는 뜬금없는 것이었다.
"웬 돈이야?!"
혹시 예전에 카드로 술값 낸 것을 돌려받았나 싶었다.
"내가 모은 거야. 이걸로 갖고 싶은 거 사."
칠천 원 용돈을 아껴 쓰고 남은 쌈짓돈을 몇 달 간 모아온 것이라 했다. 평소 카드로 술값 낼 돈은 있고, 와이프 선물 살 돈은 없냐고 툴툴대던 나에게 남편이 내미는 투박한 '선물'인 것이다.
돈뭉치는 약15만원 정도였다. 카드로 15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사줬다 한들 이보다 더 귀한 마음이 전해질 수 있었을까?
내가 받은 것은 돈 15만원이 아니라, 기뻐할 아내를 위해 몇 달간 차곡차곡 쌓아놓은 남편의 따뜻한 마음이리라.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봄이 되니 내리네.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소리 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시네.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두보, <춘야희우春夜喜雨>中-
'감동'은 사람의 마음속에 몰래 들어와 소리 없이 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좋은 비'. 호우豪雨가 내리던 오늘이 나에겐 '호우시절好雨時節'로 기억 될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