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아저씨의 예행연습
아저씨란 누구인가?
아직 아저씨가 되지 전이기에, 나는 늘 먼발치에서 그들을 관찰한다. 뒷짐을 지고 동네를 거닐거나 퇴근 후 맥주를 들이켜고, 집에서는 잔소리를 듣지만 회사에서는 꾸짖는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새로운 것을 보여주거나,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배경에 녹아들어 밥을 먹고, 앉고, 걷는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저씨의 무게를 지기에는 훈련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그 묵묵한 모습들이 부럽기도 하다. 지고 온 삶의 관성으로 지금껏 걸어온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뒷모습이.
쌀쌀해진 날씨를 견디기 위해 목욕탕에 간다. 날이 추워지면 목욕탕을 찾는 나를 친구들은 아저씨 같다고 종종 놀리기도 했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며 나지막이 외치는 효과음과 국밥을 크게 먹고 입천장을 데며 새어 나오는 크허헉하는 목소리. 그 누가 아저씨 같다고 한들, 나는 저 소리가 있어야 즐거움이 배가 된다고 느낀다. 이 추임새들을 포기하느니 나는 차라리 아저씨가 되겠다.
탕으로 들어가자마자 몸이 이완된다. 주변에는 당연히 아저씨들뿐이다. 프로들 사이에 용기 있게 몸을 뉜 아마추어의 모습. 가능성으로 가득 찬 훌륭한 아저씨 지망생이 아닌가. 그렇게 한동안 몸을 녹이다 보니 노천탕이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호기롭게 밖으로 나서자마자, 몸을 감싸는 차가운 공기에 놀라 서둘러 탕으로 들어간다. 아이가 아빠와 장난치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하늘을 구경한다. 곧 단란한 부자가 떠나고 혼자 남는다.
밤의 노천탕은 생각보다 깊다. 몸을 물속 깊숙이 넣으면 가슴이 무거워진다. 물의 압력이 폐를 눌러 생기는 현상이겠지만 나는 그보다 무거운 무엇인가가 내 안에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엎드려 있을 때는 가장 딱딱한 것부터 바닥에 가라앉아 영영 떠오르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에 휩싸여 바깥의 난간을 꼭 붙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워서 하늘을 보거나 이런 두서없는 생각을 하다 보면 밤바다에 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물이 따뜻한 것은 사소한 일이다. 진짜 바닷물이면 추워서 벌떡 일어났겠지만!
목욕탕을 나와서는 국밥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어야 오늘 하루가 완성될 듯했다. 국밥집에 들어가 돼지국밥을 시키고 김치를 가위로 자른다. 뜨끈한 국밥으로 속을 달래고 생양파를 거칠게 씹어줘야 완성이다. 훌륭한 아저씨가 되기 위한 예행연습이랄까. 목욕탕을 나올 때부터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 조금은 심심하게 식사를 즐겼지만 그조차 마음에 들었다. 목욕과 국밥으로 뜨겁게 달군 몸을 밤바람으로 식히며 집으로 돌아간다. 오늘 하루를 아저씨의 날로 명명했다. 몸에 담긴 열을 조금씩 바람에 실려 보낸다.
가벼운 마음, 세상 모든 아저씨들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