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행 버스

이제는 내 몸에서도 카레 냄새가 난다.

by Julius




아침은 콩 카레, 점심은 치킨 카레, 저녁은 생선 카레

이제는 내 몸에서도 카레 향기가 난다. 눈을 뜨자마자 요거트를 먹고, 밥에 카레를 종류별로 뿌려 열심히 먹는다. 식사 메뉴만 조금 다를 뿐 평소 생활과 다름없는 스리랑카의 일상. 세수를 하고 아이들과 아침 인사를 나눈다. 물론 싱할라어를 몰라서 영어로만 이야기를 나누지만, 아이들이 나보다 영어를 잘해서 문제는 없다. 한 아이는 항상 내가 깨기 30분 전에 들어와 일어났는지 확인하곤 한다. 요거트가 목적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매번 먹어도 되느냐고 물어보는 기특한 모습에 일부러 많이 사두었다. 거기에 매일 질리지도 않고 같이 축구하자고 종알거리면 못 이기는 척 어울리게 된다.


수업을 듣기 위해 어김없이 버스에서 흔들리며 1시간 거리의 콜롬보로 향한다. 창문과 문이 없어 환기가 잘 되는 차 안, 사람이 많으면 손잡이에 몸을 맡기고 도로 위를 종횡무진 달리는 버스 기사의 리듬에 맞춰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2달 내내 손잡이에 달라붙어 있으니 손바닥에는 어느새 굳은살이 솔솔 올라온다. 손가락 사이로 이곳의 삶이 조금은 묻어 나왔다고 믿고 싶다.


늘 같은 목적지에 내려 15분 정도 걷는다. 적도와 이웃해 있지만 어째서인지 한국보다 덥지 않다. 그래도 더위에 약한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그늘을 찾아가며 길을 걷는다. 항상 캠퍼스로 가기 전은 점심시간., 배고픈 채로는 될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으니 점심을 필수다. 주변에 있는 인도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치킨 바리야니와 치킨 수프를 주문한다. 가족끼리 많이 오는 식당인지 여기저기 아이들이 밥을 열심히 먹으며, 쟤는 왜 여기 있는 것일까 라는 표정으로 나를 관찰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배고픈 여행자의 식사를 막을 수는 없는 법! 바리야니를 덜고 묽은 카레를 뿌려 와구와구 먹다가 함께 나온 뜨끈한 수프를 마셔준다. 국물 요리가 적은 이곳에서 인도 식당의 수프들은 나 같은 한국인에게는 구세주와도 같다. 말 그대로 스리랑카의 오아시스! 카레와 수프를 한 숟가락씩 먹다 보면 금방 그릇이 바닥을 보인다.




4시간 내내 수업을 들으며 지친 몸을 이끌며 다시 버스에 탄다. 집으로 향하기 전, 근처 마트에 내린다. 파나두라 Arpico, 나의 소중한 식사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온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상어가 오늘의 메인,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킨다. 마살라와 라임, 아락의 힘을 빌리면 분명 상어의 강력한 암모니아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거기에 아락도 한 병 사서 돌아간다. 항상 카운터에서 인사를 나누는 직원은 맥주가 아닌 아락을 당당하게 집어 드는 내 모습을 보고 이제 스리랑카 사람이 다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딘가 인정받은 듯한 기분이다.


밥을 먹고 잠시 공부를 하다 보면 집주인 아저씨가 돌아오신다. 맥주와 아락을 가져오시며 한잔 어떠냐고 물어본다. 어른의 권유를 무시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결코 술을 마시고 싶었던 건 아니다. 아저씨의 친구분과 가게 요리사 아저씨까지 함께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스리랑카 생활은 할만하냐는 질문이나 공부는 잘 되어가는지, 음식은 잘 맞는지 신경 써주신다. 레스토랑이었다면 북을 두드리며 놀 수도 있었겠지만, 집에서 조용히 마시는 것도 좋다. 다른 가족들은 자고 있으니 은밀하게 술을 나눈다. 그렇게 도란도란 한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잘 곳을 찾아 방으로 들어간다. 조금 알딸딸한 기분으로 침대에 눕는다. 다음 날도 어김없이 카레 냄새가 날 테지만, 아저씨와 평범한 카레와 아락 한잔을 마시기 위해 나는 분명 스리랑카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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