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홈 프로텍터가 되는 법

조급한 마음은 볕에 널어두기

by Julius




침대 및 이불과 심층회의, 벽지 무늬 패턴 분석, 최선을 다해 숨쉬기.

프로 홈 프로텍터의 하루 일정은 늘 빡빡하다. 집 안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삶의 현장. 게으름의 최전선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나는 프로페셔널한 백수다.


눈을 뜨자마자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바로 이불 말고 구르기, 도톰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침대를 한 바퀴 일주한다. 이상한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켜고 “게으름뱅이!”라는 어머니의 피드백이 있으면 완성이다. 그렇게 비척비척 일어나 후드집업으로 무장한 후, 커피를 한잔 내리러 간다. 고양이들과 아침 안부를 나누고 커피가 내려오는 것을 멍 때리며 바라본다. 콩 가는 소리가 배경음이다. 따뜻한 커피를 들고 소파로 다이빙. 담요를 몸에 두른 채 웅크리고 앉아 커피를 홀짝인다. TV도 틀지 않고 허공을 응시한다. 이따금 신이 난 고양이들이 뛰는 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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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아마추어다. 다시 발을 옮겨 침대로 이동해 앉는다. 이불을 덮고 핸드폰을 켠다. 그 상태로 게임을 몇 판 해주고 나면 순식간에 식사 시간이다. 밥 하는 소리에 맞춰 식탁을 정리하러 간다. 이 백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집안일은 불가결하다.


따뜻한 밥을 먹고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눕기다. 소가 된다던지 소화에 안 좋다던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소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론 소는 일을 열심히 하지만… 그대로 식곤증에 몸을 맡기고 낮잠을 잔다. 최선을 다한 충전의 시간. 게으름으로 일상을 늘여두고 조급한 마음과 삶을 따뜻한 볕에 널어놓는 시간. 매일 같이 침대에서 미적거릴 수는 없지만 약간의 유예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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