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는 아니지만

일단 뛰어

by Julius




공을 내려놓고 신발끈을 동여맨다. 넓고 푸른 잔디밭을 향해 잰걸음으로 들어가는 이 순간만큼 나는 국가대표가 된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경기장 위 자신의 자리로 각자 흩어진다. 텅 빈 곳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각자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심호흡을 내뱉고 호루라기가 울리면 모두 출발! 이 시작의 순간이 축구의 묘미다.


시합에서 중앙 미드필더나 오른쪽 풀백을 맡는다. 어느 포지션에서도 뛸 수 있는 만능 플레이어라는 임무를 가지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팀원을 돕는다. 체격이 큰 상대팀 에이스를 이길 자신은 없지만 어떻게든 몸싸움을 붙이며 방해해 본다. 공을 뺐어 좋아하다 가도 거침없이 들어오는 상대방에게 밀려 결국 골을 내어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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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영국 프로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되지만 내 발은 생각이 좀 다른 모양이다. 상대편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전달하거나 골대 앞에서 홈런을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종일 실수하다가도 멋진 패스 한 번, 들어간 한 골로 그날은 임무 완수다. 축구가 계속 재미있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실수해도 다시 공이 돌아오고, 팀원이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준다.


반면에 축구선수들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실수는 프로선수인 그들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다. 실책을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체력을 기르고 공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 수없이 땀투성이가 되어야 했을 것이다. 수만 명 앞에서 펼치는 실제 경기는 더욱 가혹하다. 10명 앞에서 발표할 때도 긴장하는 나에게는 상상하기 어렵다. 공격수가 골을 넣는다면 그 순간 어딘가에는 고개를 숙이는 수비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축구가 즐겁다고 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그래서 경기를 볼 때면 선수들의 표정을 천천히 관찰하기도 한다.


내 실력이야 어떻든 오늘도 축구화를 챙겨 집을 나선다. 좋아하는 선수의 경기를 보고 감독이 된 상상도 한다. 멋진 골 하나, 기억에 남을 패스 한 번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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