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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환갑 청춘

by 글담쌤


60!

어느새 예순 번째 생일을 맞았다.

한 갑자가 다 돌았다는 뜻, 다시 한 살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동안 뭐 하고 살았을까?

어떻게 살아왔을까?

돌아보면 기억나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지금, 아들·며느리·남편 이렇게 우리 넷이 오붓하게 축하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요즘은 환갑이라 해도 잔치를 크게 하지 않는다.

그냥 지나가는 또 하나의 생일일 뿐이다.

그래도 가족들,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축하를 받는다는 건

조용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나만의 행복이다.


지난 주말 미리 당겨서 만났다.

사랑스러운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위해 아기자기한 준비를 해줬다.

“김은미 김은미~” 하고 불러주며 응원하는 아들 며느리 덕분에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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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금반지, 안사돈이 보내주신 케이크, 화장품과 브로마이드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러움이 느껴졌다.

그저 식당에서 밥만 먹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마음 써준 줄은 몰랐다.


미역국까지 주문해 온 며느리의 센스,

그야말로 사랑스럽기만 하다.


나는 딸이 없다.

그래서 딸이 가진 세밀한 정성, 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우리 아들은 다정하다’ 고만 생각 했는데 며느리는 아니 우리 공주는

내게 딸이다. 그저 얻은 보물이다.


딸 가진 엄마 아니 안사돈이 몹시 부럽다. 어쩜 이리 잘 키우셨지?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 딸을 낳으셨을까? 딸은 다 이런가? 난 울 엄마한테 이런 재롱둥이 딸이 아니었는데... 반성까지 ^^


어제가 진짜 생일이라 엄마께 전활 드렸다.

“엄마, 60년 전에 나 낳은 날 기억하는교?”

엄마는 “내 딸이 환갑인 거 내는 싫데이~”

"엄마! 와요?"

“내는 내 딸이 나이 드는 거 싫데이~ 그냥 딸인 게 좋거든, 내 딸이 흰머리가 생긴다는 게 싫데이~”

"엄마는 참말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 내가 늙어간다는 건 엄마가 더 나이 드셨다는 뜻이니까.

내가 60이면 엄마는 벌써 84 할머니니까... 딸과 함께 딱 그만큼 나이가 드신 울 엄마.

울컥... 얼른 마무리하고 전활 끊었다. 목이 메서...


내 아들은 벌써 서른을 넘었다.

결혼해서 사랑스러운 며느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참 예쁘다.

시간이 더 지나면,

내가 엄마의 나이가 되면

나도 똑같은 마음이 되겠지.


어제와 같은 오늘이 지나갈지라도,

그 하루 속에 이렇게 기쁘고 행복한 날들이 점처럼 쌓여간다면

점. 점.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면이 되어 돌아보니 입체적인 하나의 육면체가 되었다. 돌아보니 이만하면 족하다.

평범한 보통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지금이면 족하다.

그것만으로도 참 잘 살아온 인생이 아닐까?


남편에게서 긴 러브레터도 받았다.

팔순의 엄마에게 용돈도 받았다.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축하도 받았다. 소확행이란 게 이런 거 아닐까?

가족들과 함께 축하를 나누고 엄마와 이야길 나눌 수 있는 지금이면 감사하다.


자정이 다 돼서 삑삑거리며 현관문이 열린다. 아들이다. 웬일이야?

생일 당일 미역국을 먹으라고 바쁜 며느리가 미리 미역국을 끓여 아들 손에 들려 보냈다.

“서프라이즈!” 하며 미역국과 하트 반찬을 들고 들어왔다.

아침에 먹으라고... 맙소사 이런 이쁜 게 이쁜 짓만 한다던 울 엄마 말씀이 맞다

어쩜 이리 생각이 깊을까?

며느리의 다정함에 감사할 뿐이다.


아들은 며느리가 맛살을 구워 이쁜 하트를 골라 어머니 드린다고 고르는 모습이 너무 이뻤다고 자랑을 한다.

형제 없이 혼자 자란 아들에게도 며느리의 아기자기함은 사랑스러움이다.

참 이쁘다.

자동적으로 안사돈께 감사가 된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만하면 좋다.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하다.

행복하고 감사한 나의 한 갑자가 지나간다.

가슴에선 온화한 평안이 가득하다.


감사가 충만하다.

이만하면 인생 맛나다



#환갑 #생일 #아들 #며느리 #감사 #소확행 #인생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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