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일까?
코로나 이후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일주일을 온전히 쉰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이번 명절 연휴는 정말 몇 년 만에 맛보는 긴 휴식이었다.
긴 연휴 동안 아무 일하지 않고 보내는 날도 좋았지만,
오늘 다시 학원으로 출근해 아이들을 만나고 레슨을 하니
비로소 ‘보통의 하루’를 사는 기분이 든다.
무언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일을 한다는 건 내 존재를 확인하는 또 다른 기쁨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문득 지난날이 떠오른다.
예전엔 참 잘 나가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부족하고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면 어떠한가. 상관없는 일이다.
언제나 내가 잘 나가야 한다는 건 나만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나도 힘들 수 있고 어려울 수 있다고 인정하고 나니 한결 맘이 가벼워진다.
나이가 든다는 건 조금은 비워내는 여유를 가지는 건가 보다.
뭐 어때...라는 마음이 드는 걸 보니...
나는 어쩌면 출발이 조금 늦은 사람이다.
‘내손내책’ 강의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문예 창작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부뿐이었다.
책을 읽고, 글쓰기 공부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살펴보며 배웠다.
이제 책과 글은 내 삶의 방향이 되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내가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자가출판 코치가 될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책이 좋아서 읽었고, ‘내 손으로 한 번 책을 만들어보자’는 단순한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지금의 자리에 와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응원한다.
이제는 안다.
아무도 나를 대신 위로하거나 응원해 줄 수 없다는 걸.
나를 가장 잘 알고, 나를 가장 잘 위로하고,
나의 도전 정신을 다독여주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지나온 날 내게 영향을 준 책 하나가 있다.
바로 <리딩으로 리드하라>
10여 년 전,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나를 잘 아는 친구가
그 책을 선물해 주었다. 책을 받는 순간 어머나 너무 멋진 제목이 맘에 쏙 들었다.
“읽는 사람이 결국 이끄는 사람이 된다."라는 거 아닌가?
내용도 좋았지만 제목에 맘이 혹했다.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나는 정말 ‘리딩으로 리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배우고, 그 배움을 나누며,
지금은 사람들에게 내 손으로 내 책 출판을 강의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 가슴에 새겼던 책 제목이,
이렇게 내 삶의 방향이 될 줄은 몰랐다.
그저 책이 좋아서 읽었을 뿐인데, 읽는 일이 결국 나를 ‘이끄는 일’이 되었다.
이제는 안다.
읽는 사람이 결국 이끄는 사람이 된다는 말을....
나는 매일 피아노 악보를 읽는다.
음표를 읽고, 그 소리를 아이들에게 전하며 지도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들의 그림 속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미술을 지도하면서 왜 그런 색을 칠했는지,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묻고 듣다 보면, 피아노와 미술만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위로하는 선생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엔 악보를 읽었고, 그림을 읽었다.
지금은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소통하고 나눈다.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 사람의 마음을 읽는 선생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을 보고, 글을 보면서 사람을 읽기도 한다.
이보다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긴 휴식이 끝나고 첫 수업을 마친 오늘,
나는 다시 감사함으로 하루를 채운다.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아이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나는 무엇이 간대, 이 일에서 이렇게 큰 즐거움을 느끼는 걸까.
참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도 <리딩으로 리드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읽는 사람이 결국 이끄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 책임을 기꺼이 감당하고 싶다.
모순이 있더라도, 실수가 있더라도,
그때마다 사과하고 반성하며 나를 다듬어가겠다.
모난 돌이 정 맞으며 둥글어지듯 나도 그렇게 동글동글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오랜만에 첫 수업을 마친 오늘,
내리는 빗방울 수만큼 행운과 행복이 우리 학원 아이들에게 가득하길 바라며
반짝이는 눈빛을 바라보았다. 참 이쁘다.
참 고마운 내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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