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라 불리는 풍금

추억의 풍금

by 글담쌤



풍금을 아시나요?


건반 악기이자 관악기인 오르간의 일종




어제 카톡이 하나 왔어요

방송대 동기로부터...

















방송대 동기로부터 받은 카톡 때문이었을까?

어릴 적 피아노는 부의 상징이었던 피아노가 떠오른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 였어요. 신학기가 시작되면 담임 선생님께서는 가정환경 조사를 한다고 손을 들게 했어요.


"자! 선생님 말 잘 듣고 솔직하게 손들어 보거래니~ 거짓말 하몬 안된데이!"

"집에 테레비 있는 사람.... 손.... 하나 둘 셋 넷..."

"집에 냉장고 있는 사람... 손들고~ 하나 둘 셋 넷...."

"집에 피아노 있는 사람 손들어보거라~ "


잠잠


“없나?”


조용


"우리 반에는 피아노 있는 아가 읍는가베~ 아라따"

"선생님예~ 정희 집에 피아노 있어 예"

"머라꼬?"

"정희야 와 손 안드노?“


잠잠...정희는 얼굴이 벌겋게 말이 없다


"피아노 읍써예"

"근데 와 아들이 이따카노?"

"풍금이써예"

"그래 아라따 개안타"


우리 반 친구들은 풍금도 피아노라고 말했다. 음악 시간이면 다른 반에 가서 몇 명이 어울려 풍금을 들고 와서 음악 수업을 하고 또 다른 반에 음악 수업이 있으면 풍금을 들고 가서 수업을 했던 시절이다


"쌤예 2반 가서 피아노 들고 오께요"

"아이다 참 풍금 이라케찌예"


남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 몇 명이 어울려 교실마다 옮겨 가던 풍금이다. 당연히 풍금이란 말보다 피아노가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한 번은 담임 선생님이 풍금이라고 알려줬는데도 우리끼린 피아노라고 불렀다


풍금은 두발로 페달을 번갈아 거면서 안에 공기를 주입해 줘야 한다. 담임 선생님은 음악 시간마다 몸을 흔들며 페달을 밟았고 그러면 그 소리에 맞춰 우린 노래를 부르며 공부하던 추억의 악기다.풍금은 건반으로 소리 내는 건반 악기이다. 그리고 바람으로 소리 내는 관악기인 오르간의 일종이다. 풍금을 다른 말로 '리드 오르간'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람이 악기라 풍금이라 부는 거는 것이다


"풍금"

너무 이쁜 말이다

내 마음의 풍금이라는 전도연 주연의 영화도 떠오른다. 문화재 답사를 가거나 옛 추억이 깃든 장소를 가면 가끔 만나게 되는 풍금! 때론 어릴 적 감히 손도 못 대던 풍금에 앉아 삐거거리는 소리가 건반 소리보다 큰 풍금을 연주하기도 한다'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 던져지면 파장이 번지듯 방송대 동기의 카톡이 풍금까지 이르렀다.추억을 곱씹으며 국민학교 때로 돌아가 본다. 가끔 작은 일 하나에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 과거로 시간 여행을 휙~ 떠난다.


추억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추억을 먹고 사는 것이다. 추억으로 배부른 사람은 살찌지 않는 인생의 저금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피아노 선생이라고 톡 보내준 동기에게 감사하다.




얼마 전 엄마 아빠랑 경주에 여행을 다녀온 승민이가 학원에 오자마자 나를 찾는다.

"원장님 이상한 피아노를 봤어요"

이게 무슨 소리지?

"승민아 이상한 피아노가 뭐지?"

핸드폰을 꺼내더니 엄마 아빠랑 같이 경주 여행갔다 온 사진 속에서 풍금을 찾아 보여준다.

"이거요 이상한 피아노요"

"아하! 풍금이구나"

승민이에게 풍금이라고 알려준다. 풍금을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는 낡은 풍금이 피아노의 전신 악기라고 생각하나 보다. 엄마 아빠 어렸을 때 아니 그보단 좀 더 윗세대인 60년대생 들은 피아노라 불리던 풍금이 지금 우리 학원 아이들에게는 낯선 악기다.


모든 악기는 선생님이 옆에서 레슨하는 게 당연했다. 피아노도 그러했다. 그러나 AI 시대가 도래하고 피아노를 온라인으로도 레슨을 한다. 내가 그러하다. 줌을 켜고 노트북으로 이론과 실기 설명을 듣고 핸드폰으로 자신의 손을 비춘다. 악보는 파일로 공유하면 된다. 그렇게 시도한 온라인 레슨이 이젠 하나의 파이프 라인이 되었다. 난 온라인 피아노 교실을 운영 중이다. 피아노를 이렇게 레슨하게 될 줄을 몰랐다. 불과 2년 전만 해도...참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피아노를 온라인 레슨하는 시대적 변화를 본다면 언젠가 피아노를 고글쓰고 허공에 허우적거리며 치게 되는 건 아닐까? 정말 그런 날이 올 것만 같다.


피아노!

피아노를 레슨 하는 일을 하는 내게 풍금은 작은 피아노로 가슴에 담아둔다. 내 맘이다.



#피아노 #풍금 #인생의저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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