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 때 오히려 나를 돌보는 시간으로 여겨라
"어릴 때는 학문에 뜻을 두었으나 20년 동안 세속의 길에 빠져 선왕의 훌륭한 정치가 있는 줄 알지 못했는데, 이제야 여가를 얻게 되었다." 다산이 자신의 묘지에 직접 쓴 글로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해 귀양길을 떠나면서 느꼈던 자신의 심경을 밝힌 구절이다.
비록 귀양길이라는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자신의 본질을 알아차림으로써 그는 진정한 여가를 얻게 된 것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처럼 내가 가고 있는 길, 마음 상태, 건강 등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모든 나아감이 시작된다. 그동안 나는 여러 목표를 세워두고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해 스스로 질책하고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탓해왔다.
진정 내가 원하고 필요한 목표인지는 고려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모방했다. 생활습관,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했던 습관은 한 달을 넘기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실패자가 되기를 반복했다. 자책하는 것도 습관이 되다 보니 자신감, 자존감도 낮아졌다. 다른 사람들이 오랫동안 노력해 온 결과를 나의 과정과 비교하다 보니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고 조급함만 늘었다.
회사에서의 일이 정량적인 성과에 익숙하다 보니 내 삶에서 가치, 쓸모 있는 일은 돈이 되거나 사람들의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면 필요 없는 일이 되었다. 그럴수록 나의 내면은 지쳐갔다. 이도저도 되지 않는 상황도, 이룬 것 없이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무수한 후회들로 삶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나의 내면, 기준이 흔들림을 인지하면서 외부에 대한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하고 싶은가, 원하는가에 대해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학습하는 게 아니라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 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가치를 알아차리는 것에 인색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하루 한 장 고전수업, 조윤제, 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