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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Aug 09. 2024

마음으로 기르는 체력

혼자 있는 시간이 낯설다. 출근해서는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미뤄둔 할일, 잊지말아야할 것, 새롭게 생긴 업무등 시간대별로 빼곡했던 업무 다이어리는 이제 깔끔하게 백지가 되었다.


외부의 방해없이 온전히 나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막상 보내보려고 하니 남는 시간이 많아 빈둥거리는 중이다. 퇴사 전 이루고 싶었던, 해보고 싶었던 목표와 할일들은 점점 우선순위를 잃어가고 일하면서도 할 수 있었던 것들을 굳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두고 해야할지 의문이 든다.


건강, 체력을 회복하는게 먼저긴 했지만 운동선수도 아닌 이상 오전에 요가 혹은 헬스장 러닝하고 오면 오후는 특별히 할게 없었고 8년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빠져 다음화, 오프닝 건너뛰기를 저녁먹을 때까지 누르는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게 내가 며칠동안 해야할일이었고, 드라마에 빠졌다 그래서 시간을 보낸다에 명분이 되어주었다.


몸을 움직이면 마음도 달라진다고 하지만 아직은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다. 아침에 클렌즈쥬스를 먹기 시작했고 하루에 유산소 운동은 걷기만이라도 한번씩 꼭 하고 있는데 잡생각은 그대로고 몸무게는 빠질 기미가 안보이고, 매일 아침 요가는 남들 동작할때 쉬는 시간이 반이다.


체력이 좋아지긴 할까. 체력이 좋아진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마음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이런 공백의 시간이 처음은 아닌데 여전히 나는 나와의 시간을 어려워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아무일도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내가 선택한 결과임에도 난 여전히 불편하다. 4년 전 퇴사때도 처음 3개월은 즐기는 듯하다가 2번째 직장을 가기전 3개월은 후회스러운 괴로운 밤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내가 이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이유는 나와 친해지기 위해서다. 나의 일을 지속할 수 있는 겉과 속의 체력을 충분히 갖추기 위해서다. 일하면서 항상 후순위였던 건강, 마음 챙기기가 내 삶의 1순위가 된 일상을 살게하고 흔들리지 않았으면 해서다.


일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동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든든한 딸이 되기 위해, 밥 잘 사주는 언니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은 멋진 여자친구가 되기 위해.


나와 약속했던 시간은 뒤로 미루거나 생략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게 10년 동안 직장생활하면서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된건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뭐가 좋은건지 알 수 없었던 답답함이 반복되었고 다른 사람을 위한 나는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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