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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May 03. 2024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5)

긴 말, 짧은 말

나는 제주도민이 되었다

처음 제주도의 인상은 놀랍게도 친절하고 따뜻하다는 것이였다


여기 쓰시고예, 이 서류를 옆에 내시면 되예


'~예라는 어미가 제주어구나'

나는 비밀을 알게 된것처럼 뿌듯했다

상냥하고 친근한 말투의 젊은 직원이

주민센터에서 나를, 우리가족을

제주도민으로 변신시켜 주었다

말그대로 변신에 가까운 기분이 들었다


제주에서 가장 번화한 그곳

그 중심에 있는 아파트 고층에서

도민이 된것이다

바다가 보이며 마당이 있어

아이들이 맘껏 뛰노는집은

에어비앤비로 만족해야했다

언제든 집을 뺄수 있게

가장 선호하는 곳이여야했다


도민이 되었다는

흥분과 어색함과 생경함은

이모들의 낯선 제주어와

어우러져 한참을 나를 내려놓지 않을듯 했다


이모들은 싸우시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와서 약간의 흥분을 하신것 뿐

그러나 이모들의 말을 해석하고 있노라면

외국어 듣기평가를 하듯 내용과 감정을

미쳐 다 따라가지 못했다


나는 이모들이 안 보실때 친척동생에게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제주어는 북한말과 강원도말을 섞어놓은 느낌이야

너도 서울에서 살았었잖아? 그런 생각 해봤니?


24살 친척 동생은 잠시 발끈했다

"누나! 제주에 어릴때 안 살아봤어요?"

"응.. 살아보진 못했었어

나쁜뜻이 아니고 알아듣는게 아직 어려운데

억양이 특이해서 더 그런것같아"


정말 상냥하고 착한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 어디?

기?

알안~"

 

짥은 통화를 마치고 녀석은 날 위해

긴 말을 시작했다


"누나 이모들 오셨대요

가면 될것 같아요"


녀석이 무척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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