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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Nov 04. 2024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19)

엄마의 친구들을 찾아라

'이모 안녕하셨어요'

'아이고 내가 전화를 못해서 미안하다'

'아니에요 잘 지내셨어요'

'나이가 들고 늙어지면 다 아파

오늘도 병원에 갔다가 어제도 갔다가

그렇게 지내지 할머니라 어쩔수없지만..'

'하하 그래도 예쁘시고 젊어보이세요'

'난 예쁜것도 아니야 너희 엄마는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다 아주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면서도 남학생

들이 쫒아오면 귀찮아서 그렇게 싫어했었어'

'네 이모동네가 엄마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아직

친구분들이 좀 계실까요? 이제 곧 제주를 떠날

때가 되서 그전에 엄마 친구분을 만나 사소한 옛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요'


'너희 엄마 이야기는 들을것도 없다 그냥 최고의 문화인이였어 그 당시의 수준에 최고였단 말이야 그건 요즘시대랑은 다른 이야기지 그래서 더 대단했어 공부도 최고 얼굴도 최고 눈이 높아서 제주 남자는 눈에 안차서 육지로 가서... 그 고생을 한거야 너무 똑똑해서!! 안하던 빨래에 청소에 아이키우면서 시어머니 눈치에 그래서 못쓸병에 걸린거야 내가 너무 한이 맺혀서...'

'네 이모 그렇지요 그래선지 할머니가 저한테 참 잘하셨어요 허허 아무튼 예전에 친했던 친구분을 만나서 그 당시의 엄마에 대해 듣고싶어요 제주를 떠날꺼라 생각하니 아쉬워서요 엄마의 사소한 이야기가 듣고싶어요'


'그러게 사소한건 난 그때 어리고 먹고살기 힘들어 잘 모르고 아무튼 최고로 ~~최고로  멋쟁이였어'

'네 그래도 작은 이야기들을 듣고싶어요 좀 알아봐주실 수 있을까요?'

'그분들이 그렇지않아도 예전에 딸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내가 딴 꿀이라도 주고싶다고 연락처 좀 달라고 하긴 했다만... 내가 지금은 연락이 끊겨서'

'네 바로 그런 분이면 되요 여긴 제주니까 친정이나 친척이 동네에 남아있으면 금방 연락이 되잖아요

가기전에 한두분만 뵙고 실례가 아니면 잠시 이야기 듣고싶어요 그래야 제주에 와서 2년 넘게 사는동안 좀 더 엄마를 알게되었구나..하고 미련이 생기지 않을것 같아요'

'아니 너희 엄마는 그런 사람들에게 듣는것보다 내가 함께 살았었잖니 우리 언니는 최고로 공부잘해서 그 시골에서 딱 두명만 그 고등학교를 간거야 거기서 이등으로 졸업해서 약사가 되었고'


'네 그렇지만 멋지지 않아도 좋으니 다른 모습도 알고싶어요..

과자를 좋아했는지 커피를 마셨는지 어떤 남자애를 좋아했는지 어떤 사람과 친했는지

어떤 가수를 좋아했는지 어느때에 크게 웃었는지

작은 취향같은 것들이요'


'그래  말은 알겠다만 내가 사진이랑 다 보내줄께 졸업장도 어디 있을꺼다'

'사진들은 저도 있어요 아무튼 동네라 혹시 지나가다 가능하시다면 친구분 장**분과 고**분

연락처좀 부탁드려요'

'그래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어찌되었던 너희 엄마 정말 예쁘고 멋진 사람이였어 꼭 기억해야해 엄마 잊고 무시하면 안된다'

'네 그저 작은것들을 알고싶을 뿐이에요'


몇달 만에 소녀같으신 이모와 통화를 마친 뒤

힘이 너무 빠져버렸다 이모는 여전히 소녀같고 예쁘시지만 그 소녀를 감당할 수가 없다 이모들은 엄마의 자매들이였기에 자주는 아니여도 가끔씩 안부를 묻고는 하는데 이럴 때는 난감해진다


아무튼 찾아보자

엄마의 옛 친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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