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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조던 Feb 14. 2017

매일 새로운 베를린 동물원 호텔

문을 열 때마다 기대했어요, 지금 방 안은 어떤 색일까?

베를린은 2016년 여행지 중 나에게 가장 임팩트 있었던 도시였다.

여느 유럽은 돌아와서 다시 가지 못한다 해도, 오랜 시간이 지나고 간다 해도  내 기억과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데, 베를린은 그렇지 않았다. 통일 후 지금까지도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도시, 서독과 동독을 넘나드는 기묘한 기분, 틀에 박힌 어떤 가이드북도 이 자유분방하고, 쉼 없이 숨 쉬며 날마다 새로워지는 베를린을 담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쯤에서 베를린 스토리는 다음으로 아껴두고...


베를린에선 2개의 숙소에서 지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에도 체인이 있는 전형적인 그랜드 하얏트 베를린

두 번째는 오늘 이 글의 주인공 25 아워스 호텔 비키니 베를린 (일명:동물원 호텔)이다.

지내는 동안 어디가 더 편했냐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하얏트 베를린이다!

예쁜 호텔과 편한 호텔은 분명히 다르니깐,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기억에 남는 곳은 동물원 호텔이었다. 지내기 편한 것과 특별했던 것은 다르니깐, 바쁜 일상생활 중 틈틈이 생각이 났다. 도시 베를린을 그리워할 때 이 곳을 함께 그리워했다.


매일 아침 푸르름 속에서 먹던 조식

서울에 와서 며칠간 아침에 눈만 뜨면 생각이 났다. 아! 베를린에서 아침 먹고 싶다.

이런 환경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건 바쁜 이곳에선 상상할 수 없으니깐

매일 아침 푸른 공원의 품 속에서 아침을 먹는 행복함

빽빽이 들어선 푸르른 녹지에 둘러싸인 레스토랑, 큰 창문 곁에서 햇살 받으며 여유롭게 먹는 조식

베를린의 맑은 공기를 담당하는 광활한 공원 '티어가르텐'이 창에 가득 차 있다. 거대한 녹지를 바로 곁에 두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행복인 줄 몰랐다. 키 큰 나무들과 녹색 잎들이 주는 위로는 어마어마했다. 이런 푸르름 속에서 아침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 녹색과 아침이 이토록 잘 어울린다는 것을

창밖 공원도 푸르지만, 레스토랑 내부 곳곳에도 식물들이 있어 어디서 식사를 해도 싱그러운 조식이 된다. 자리를 옮겨서 앉아보면 조금씩 다르지만 다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하늘을 더 보거나, 숲을 더 보거나, 알록달록한 내부에 시선을 돌려도 모두 컬러풀 한 아침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같다.


매일 방문을 열 때마다 기대되던 창 밖의 풍경

처음 방에 들어섰을 때 마음을 확! 트이게 만들던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던 대형 창문 어쩌면 이 창문과 풍경 때문에 이곳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던 것 같다. 방문을 열 때마다 단 한 번도 똑같은 하늘색과 풍경을 보인 적 없었다. 오늘도 지금 이 순간도 시시각각 다른 색을 뽐내고 있겠지, 매일 비슷하지만 늘 조금씩 다르게 말이지

창 밖으로 보이는 동물원과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기 좋았던 해먹
어떤 순간은 방안이 따뜻한 주황빛으로 물들었다가
어떤 순간은 해먹에 누워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한 밤중에 들어와도 창 밖의 푸른 어둠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를 주던 기분 좋은 방

잠시 머물고 이내 떠나야 하는 호텔에서 이렇게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건 또 처음이었다. 큰 자전거를 실내 벽면에 걸어버린 과감한 인테리어, 크기도 모양도 길이도 모두 조금씩 다르게 배치한 조명,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과 ue메가붐 스피커, 동물원을 대표하는 캐릭터 원숭이 인형, 옷걸이에는 여행하는 동안 편히 쓸 수 있는 프라이탁 가방까지 걸려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게 하나씩 보였다.



베를리너도 사랑하던 최고의 핫플 몽키바

저녁이 되면 가장 위층에 자리 잡은 몽키바에 입장하기 위해서 베를리너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핫하긴 핫했다. 몽키바라는 이름도 이 호텔이 동물원과 함께 있어 원숭이가 보인 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마성의 몽키바, 시끌시끌한 밤도 좋았지만 베를린 멋쟁이들이 줄 서서 입장하는 몽키바에 한가한 낮에 쓱 올라가, 밤이면 또 사람으로 가득 차겠지 상상하며 전세 낸 듯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술을 파는 바에서 이토록 푸른 녹지를 바라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장소 곳곳이 투숙객을 향하고 있는 호텔

트렁크를 들고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올드카가 대기하고 자전거가 걸려있는 뒷배경 그래픽이 촥촥 바뀌기 시작한다. 위층은 또 얼마나 감각적 일지 예측이 가면서도 궁금하게 만든다. 리셉션에 도착하면 창 밖엔 푸른 동물원 풍경이 펼쳐지고 연장선으로 나뭇잎과 원숭이 인형들이 자리 잡고 있다. 너무 귀엽게,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힐링을 하라는 '도시 속 정글'이라는 타이틀에 부합하는 인테리어다. 별도로 분리된 회의실부터 개인 해먹, 노트북 테이블, 일행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감각적인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디자인이면 디자인, 편의성이면 편의성 모든 것이 투숙객을 향하고 있는 느낌이다.


회상하며 글을 쓰다 보니 이 곳은 자연과 조화하며 그 색을 담아낸 참 컬러풀한 숙소였단 생각이 든다.

아침에는 푸르른 녹색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고 새벽부터, 정오, 저녁, 한밤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색을 창에 가득 담아 방 안의 색까지 변화시켜주던 호텔이었다. 오늘의 여행자와 내일의 여행자에게 매일 다른 풍경을 선물할 베를린 동물원 호텔, 오늘과 내일이 다르고 매일 새로 웁게 변화하는 베를린에서 이보다 적절한 호텔이 있을까?


덧붙이는 글

25 아워스 호텔 비키니 베를린 간단 정보

- 가격: 1박 20만 원~25만 원 (유럽의 호텔 치고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동물원 뷰를 추천한다)

- 위치: 동물원 기차역 및 지하철 역에서 가까움 테겔 공항 가는 버스도 10분 내에 있음

- 장점: 네니 레스토랑에서 먹는 조식, 베를리너가 사랑하는 몽키바, 방에서 보이는 동물원, 룸 크기도 유럽 치고 큰 편, 서독의 모던 스타일을 대표하는 건물 비키니 베를린(쇼핑몰)이 바로 옆, 백화점 및 DM이 가깝고 쇼핑거리 바로 옆, 거대한 공원 티어가르텐과 함께 있음, 자전거 대여도 가능함 (단 키가 170인 나도 다리게 짧게 느껴졌다.. 자전거 높이가 이게 젤 낮은 거라던 직원의 말 허허), 사우나도 이용 가능, 직원들 친절함

- 단점: 샤워하면 샤워 거품이 욕실에 가득 찼다. 물이 잘 빠지면 더 좋겠다 (내 방만 그랬을 수도)

 

덧붙이는 사진

나라,지역별 호텔을 가진 25아워스의 '오스트리아 25아워스 호텔 바임 무지엄스카르티어' 가격은 비슷했는데 베를린 동물원 호텔의 반의 반의 반도 따라갈 수 없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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