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여름방학을 마치며

- 몇 가지 나의 단상

by 줄라이

내일부터는 아침마다 기상시간을 신경 써야 한다.

아이 아침밥 챙기기부터 등교 시간에 늦지 않도록 꼭 해야 할 일들이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긴 듯 짧은 듯 여름방학이 야금야금 지나가 버리더니, 개학이다.


나는 방학 동안 밥상 차리기가 가장 힘들었다. 매일매일 맛있는 먹거리를 먹이고 싶은데~ 더운 날씨에 발목이 잡혀 의지를 꺾이기 일쑤였다. 내 입맛이 없으니 자연스레 아이 입맛에 관심이 떨어지기도 하고, 관심을 두어보아도 더위를 이겨낼 이거다 할 만한 먹거리가 잘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었다. 방학 내내 학교 급식보다 못한 먹거리를 먹인 건 아닌가 싶어 마음 한편이 조금 찔린다.

그래도 이번 방학은 편안했다.

학원 스케줄이 방학 전과 똑같아서 오후 시간은 방학이라고 해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여유가 생겨났고, 아침이 분주하지 않아서 늘 스케줄에 쫓겨 다니던 일상의 버거움을 덜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방학 때에도 별로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던 아이라, 그 속마음이 더 궁금해진다.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방학 때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를 반복하면서 숙제는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뤄가며 방학을 마음껏 누렸던 것 같은데, 고작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방학 동안 목표했던 문제집 3권을 다 끝내고, 스스로 만든 생활계획표를 지키기 위해 내내 노력을 했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그러니 지켜보는 엄마 입에서 큰 소리가 나올 일도, 얼굴을 붉힐 일도 별로 없었다. 아이의 여름 방학을 마무리하는 지금, 내가 유난히 평온했던 방학이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도 바로 아이의 이런 노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의 진짜 속마음은 꼭 확인해 보아야겠다. 엄마 마음에 좋았던 일상이 아이 마음에는 다를 수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아이는 방학이 끝나는 걸 아쉬워하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외할머니랑 일주일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동해 바다로 짧은 여행도 다녀왔지만, 그걸 로도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는 모양이다.

방학을 마무리하며 아이의 부지런함을 칭찬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해주는 일을 잊지 말아야겠다.

자신의 노력이 얼마나 멋진 일이었는지 기억할 수 있도록!


서서히 일상의 루틴을 찾아가야 한다.

나는 내일부터 – 지금부터 – 열심히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꼭 아이의 방학을 탓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던 한 달이었다. 2주 전부터 괴롭게 아프던 허리 통증도 견딜만해졌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로 책상에 앉아 글 쓰는 일을 못할 이유가 없다.


아이는 2학기를 어떤 마음으로 맞이할까, 아이에게 필요한 엄마의 역할은 무엇일까...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아이의 2학기를 준비하는 마음에, 나의 일상을 살찌울 준비를 보태서 내일 개학을 맞이해야겠다.


지나치게 더운 3학년 여름방학이었다. 그럼에도 선풍기 바람 앞에 나란히 앉아 함께 밥 먹고, 수다 떨었다. 문제집 푸는 아이 옆에 같이 앉아 지켜보고 채점도 하면서 아이의 공부를 챙겼다. 올림픽 대회가 한창일 때는 같이 보고 신나게 응원도 같이 했다. 어딜 가든 짝꿍처럼 딱 붙어 다녔다.

무엇보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해서 좋았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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