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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Feb 28. 2023

홈런과 한방은 다르다


“산모님, 아기 태명이 뭐예요?” 


산후 조리원을 처음 들어가서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하고 신생아실로 아이를 넘겨주면서 받은 질문이다. 

출산 전에 아이 이름을 미리 정해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태명으로 아이를 부르고, 

산모에게는 아이 태명을 붙여, 누구 어머님~ 이렇게 불렀다. 


“홈런이요” 

“.............” 


태명이 홈런이라는데, 

아주 잠깐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시고는 

아~ 이해했다는 듯한 미소로 아기를 바라보며. 


“네가 홈런이구나~~” 하신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건 그다음부터. 

‘홈런’이라고 알려준 우리 아기 태명을, 자꾸 ‘한방’이라고 부르는 거다. 


“한방아~~ 엄마한테 가자~” 

“한방이 어머님~~~ 한방이 수유하러 오세요~” 

“한방아~~~~~” 


한방이가 아니고 홈런이라고! 

몇 차례 말씀을 드려도 우리 아기는 계속 한방이라 불렸다. 

도대체 왜 홈런이를 한방이라 부르는 걸까? 

답답하던 차에, 신생아실 도우미 선생님 한 분이 


“한방에 성공을 하셨나 봐요? 노산인데, 잘하셨네요” 

........... 

아..... 그런 의미로 홈런이를 한방이라 부른 거구나. 


하지만! 한방과 홈런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 아이가 홈런이가 된 건, 

한방에 임신을 성공해서가 아니라, 

임신 초기에 야구장에 갔다가, 

임산부였던 내가 날아오는 홈런볼을 잡았기 때문이다. 


2014년 프로야구가 개막하고 얼마 안 되어

남편이 응원하는 KIA 타이거즈 VS LG 트윈스의 경기가 있던 날 

우리는 잠실야구장으로 갔다. 


임신초기라 격렬한 응원이나 환호 없이, 

그저~ 얌전히 앉아 경기를 직관하고 있는데.... 

기아의 4번 타자 나지환이 타석에 들어섰고, 

잠시 후! 시원하게 홈런을 날렸다. (그 당시엔 그랬다. 추억의 나지완) 

그리고 그 공이 영화처럼 우리가 앉은 3루 쪽으로 날아오는데.... 

앞자리에서부터 난리가 났다. 

공을 잡겠다는 불타는 의지와 투지로 수십 개의 팔이 엉키고 설키고.... 

그러는 사이 공은 관람석 의자에 떨어져 통통 몇 번을 튀어 오르더니, 

뒤에 앉은 내 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고, 그 공은 무사히 내 손안에 안착!!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야구장에서 홈런볼을 잡게 된 것이다. 


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그러니, 그 공을 뱃속에 우리 아기에게 돌리게 되었고, 

자연스레 아기의 태명은 홈런이가 된 것이다. 


그런 홈런이를 한방이라고!! 

의미는 통할지 몰라도 엄연히 다른 것을!!! 


이상, 노산으로 예민했던 태명에 얽힌 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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