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옷 정말 예뻐요!"

Oaxaca#5 친구와 옷 쇼핑

by 세라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



그 옷 정말 예뻐요!


고마워요


와하까에서 친해진 친구 D와 돌아다니며 옷 쇼핑에 성공한 날, 옷을 입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밤거리엔 음악이 가득했다. 새 옷을 입고 기분 좋게 활기찬 거리를 걸어가는데 멕시코 사람들이 "그 옷 정말 예뻐요!"하고 우리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에 익숙해진 나는 "고마워요!"하고 웃으며 응답해 주었다.



중남미라고 휘파람을 불거나 동양인 여자들을 놀리기만 하는 건 아니다. 순수한 호의와 특유의 친화력으로 다가오는 때도 많다. 그들과의 사소한 대화들이 여행을 할 때 큰 즐거움을 주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혼자 스페인어 문법을 공부하고 DELE를 쳐 보기도 했지만, '공부하길 잘 했다'고 느낀 건, 이런 별거 아닌 순간들이었다. 그들과 길에서 "Hola!"하고 인사하고, 한 마디라도 대답해 보고, 버스표를 사고, 맛있는 음식을 주문하고…. 그렇다. 시험과 자격증이 무에 중요할까.




와하까 시장에서는 온갖 것들을 팔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옷'이 가장 다양하게 있었던 도시로 기억한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내내 마음에 드는 멕시코 스타일의 옷을 한 번쯤 사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동안은 딱히 마음에 드는 걸 찾지 못했고, 찾았다 하면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여기다.(!)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여기다!' 하고 느낌이 왔다. 실내 시장뿐만 아니라 길거리 가판대에도 많이 꺼내놓고 팔고 있었다.



대부분은 평소에 입기엔 다소 화려했지만, 그래도 혼자 길을 돌아다니면서 적당한 후보를 몇 개 점찍어 뒀다. 그리고 나중에 D와 함께 시장 쪽으로 놀러 나왔을 때 그 옷들이 괜찮은지 봐달라고 했다. 다행히 그녀도 잘 고른 것 같다고 마구마구 동의를 해 주었다.(사실 답정너였는지도) 마음속으로 결정을 하고 가판대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사이즈는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 이 옷도 막상 입었을 땐 헐거운 포대자루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이미 지름신이 내리고 난 뒤였다.


가격은 200pesos(약 11400원). 흥정은 하지 않았는데, 만원 돈으로 원피스를 사면서 흥정하기 귀찮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미 구매를 결정하고 말을 걸 때는 내가 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날 밤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던 우리의 모습. 의상은 마데 인 아프리카와 마데 인 멕시코의 콜라보레이션.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은 옷장 한구석에 꿔다 놓은 포대자루가 되어버렸지만, 이날만큼은 멕시칸 스피릿이 하늘을 찌를 듯 충만했다는 거.



걸음걸음마다 축제가 우리를 환영하던 와하까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옷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도 듣고, 친구와 맛있는 맥주도 먹고,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사람들과 섞여 즐거웠던 하룻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