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다! 색깔 도둑이다!

Oaxaca#7 와하까의 컬러를 찾아서

by 세라


완전범죄였다.


커다란 자루를 들쳐 멘 색깔 도둑은 와하까 곳곳을 털고 있었다.



음, 이렇게 예쁜 컬러를 버젓이 내놓다니. 그냥 가져가라는 거나 다름없잖아?


ㅡ도둑은 혼잣말을 하며 빨강과 초록을 자루에 담았다.



자루를 봉하고 다음 장소로 옮기려는데 또 다른 목표물이 눈에 띄었다. 아아, 꼬리가 길어지면 위험데, 그래도 두고 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 않는.


ㅡ도둑은 망설이다 노랑과 파랑도 자루에 담았다.



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태연히 여행자 행세를 하던 그는, 재빨리 멋진 벽화 한 점도 자루에 담았다.



자세히 보니 구석구석 쓸만한 것들이 꽤 많았다. 도둑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ㅡ



ㅡ아니, 이 동네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대단한 걸 가지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는 걸음마다 펼쳐지는 컬러의 향연에 정신을 빼앗겨 있었다. 누군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신고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걱정 마시라! 아직까지 무사하다!



색깔 도둑은 섬세한 수집가처럼 거리 곳곳의 컬러들을 주워 담았다.



그의 손놀림은 잘 익은 과일을 쏙쏙 골라내는 농부처럼 정확했으며, 썰물 때 바지락을 캐는 베테랑 어부처럼 능숙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찰칵, 찰칵, 찰칵.


접근할 땐 은밀하게, 행동할 땐 과감하게.



한쪽 어깨에 걸쳐 멘 색깔 자루는 점점 묵직해져 갔다. 자루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 왔지만, 잠시 후 오늘의 수확물을 펼쳐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별안간 그는 '도둑'이라는 자신의 타이틀이 마음에 들었다.


더군다나 '색깔 도둑'이라니, 이거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예술가 같잖아?



색깔 도둑은 그렇게 하루 동안 와하까에서 수많은 빨강을, 수많은 노랑을, 수많은 파랑을 신나게 털어갔다고 한다.



'색깔 도둑'의 정체를 눈치채셨는가?


혹시 멕시코의 한 거리에서 의심스러운 여행자를 목격한다 해도, 부디 그의 완전범죄에 흠집을 내진 말아주시길 바란다. 꿈 하나 갖기 힘든 시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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