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xaca#8 그들의 음악, 그들의 삶
저 아저씨 너무 귀엽지 않아?
광장을 지날 때 옆에 있던 D가 나에게 말했다. 와하까의 시장 한구석에서 사람들이 작은 무대를 꾸려놓고 공연을 하고 있었다.
D의 말을 듣고 바라보니 정말 수더분한 동네 아저씨가 나와서 랄라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세상 그 누구보더 행복한 얼굴로 자기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화려한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아니었고, 대단한 실력을 가진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또한 천진난만하게 박수를 치며 즐기고 있었다.
그들이 사는 모습은 너무나 정직해서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했다. 나에게도 언젠가 음악의 꿈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나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와 플룻을 연주했고 청소년 오케스트라, 중고등학교 기악부, 대학교 음악동아리를 거치며 거리나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음악 분야로 진학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결국 아마추어에서 그치고 말았지만, 이후에도 웨딩축가 및 파티 행사 등에서 꽤 오랫동안 연주를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나의 음악 인생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옛 추억 때문인지, 홍대 근처에 살면서도 인디뮤지션 앞을 지날 때면 남달리 행복해 했다. 거리에는 언제나 개성 넘치는 뮤지션들이 자기들만의 세상을 꽃피우고 있었다. 그 길을 지나갈 때면 사람들에게서 날 것의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졌다. 뮤지션의 손이 기타 줄을 스칠 때면 괜시리 벅차 한참을 멈춰 있곤 했다.
다시 와하까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이들의 무대는 달랐다. 솔직히 말하건대 홍대 거리에서 이렇게 못하는 뮤지션은 본 적이 없다. 노래뿐만 아니었다. 연주는 어떻고? 춤은?
멕시코에 있는 동안 화려한 마리아치도 많이 봤지만, 반대로 이렇게 아이들 장기자랑 같은 허술한 동네 무대도 자주 보았다. 어설픈 박자에 다 같이 짝 짝 박수를 치고 있는 광경은 우리한테는 '귀여운 아저씨'로 비쳤던 것이다. 우리의 솔직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즐기는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는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멕시코 어느 도시에서나 시장, 광장, 식당 등 어딜 가도 노래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팁을 받기 위해 접근해 무턱대고 노래를 불렀지만, 그들을 귀찮은 잡상인처럼 생각하는 것도 우리의 편견이었다. 가게 주인들은 그들을 쫓아내지 않았고, 현지 친구들도 곧잘 팁을 주었다.
ㅡ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이렇게도 즐길 수 있구나.
그들의 순하고, 자연스러운 삶이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용기를 내어 거리로 나가 정직한 음악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어느 공연도 이런 마음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세상 사는 게 별 건가 싶다. 함께 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마음. 어쩌면 나는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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