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함께 담배를

San Cri#5

by 세라
담배는 자연이 준 선물이라구!




Sofia,

그녀에한 짧은 이야기



호스텔에서 아침 10시마다 워킹투어가 있었는데, 요리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혼자만 그 정보를 몰랐다. 그런데 운 좋게 3시에 마치는 '소피아'라는 스탭이 개인적으로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엉뚱하다. 멀리 보이는 노란 과달루페를 향해 같이 걸어갔는데, 교회 이름을 물어보니 당연하듯 모른다고 대답했다. 으응..? 알고 데려가는 거 아니었어..? 알고 보니 이 호스텔에서 일한 지 4일밖에 안됐고, 고향은 저 멀리 떨어진 멕시코시티라 했다. 과나후아또에서 만난 엘사처럼 고향을 떠나 자기가 좋아하는 도시에 살며 일하러 온 것이었다. 우리는 같이 여행 온 친구처럼 물어물어 찾아갔다.


긴긴 계단을 올라가기 전, 같이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5pesos
@Iglesia de Guadalupe, San Cristóbal de Las Casas, México.


그녀는 길치다. 나도 여행 중 길을 몇 번 잃어버리고 고생해서 자신감이 바닥난 상태였는데, 그녀는 내가 보기에도 방향감각이 정말 심각하다. 자존감을 되찾아 준 고마운 친구지만, 대신 길 찾기는 오직 나의 몫.


@잊지 못할 그녀의 담배 강습


그녀는 담배를 사랑한다. 자기 자취방 1층의 정체모를 아로마 샵을 구경시켜주며, 나에게 반 억지로 담배를 가르쳐 주었다. 재차 시범을 보이며 상세히 설명해준다. 그리고 도대체 왜 담배를 안 피우냐며, 삶은 짧고 담배는 자연이 준 선물이란다. 그리고 자기는 담배에 대한 아주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살면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다 시도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그녀의 논리에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원래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자기 부모님도 처음에는 "내 딸이 마약에 중독됐다니!"하며 격한 반응을 보이셨다며, 막상 해보면 정말 나쁜 게 아니라며, 공감 전술(?)까지 펼쳐 보였다. 그녀는 진정한 담배 신봉자다!


소피아의 자취방 1층 아로마 가게


신기했던 건 자취생에게 가게 열쇠까지 주고 마음대로 드나들도록 허락해 준다는 것. 그녀는 가끔 가게 일을 도와주기도 한다며 '문제없다'고 했다. 물론 여기 안에서 담배도 피웠다. 어떻게 서로 그렇게 믿고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알면 알수록 신기한 멕시코 사람들이다.


때마침 지나가던 그녀의 이웃이 찍어준 우리 사진. 미로처럼 좁은 입구 통로에서.


길을 걸으며 타투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타투를 흔하게 하는데, 나에게도 타투를 할 생각이 없냐며, 한다면 무엇을 새기고 싶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별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막상 생각을 해 보니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 문신은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는 건데, 무엇을 새겨야 할까? 그것은 새 이름을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그녀 덕분에 알게 되었다. "난 아직 그런 것을 찾지 못했어."


나는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녀는 이 호스텔에서 일한 지 4일밖에 안됐지만 이번 달까지 하고 튈(?) 생각이다. 이곳 분위기가 기대한 만큼 자유롭지 않아서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한다. 근데 오늘 자기가 돈을 잃어버려서 다른 스탭이 화가 났다는데(응? 돈을 잃어버렸다고..?) 아무튼 엄격한 분위기가 싫다고 했다. 나도 어젯밤에 방에 키위를 가져가다 민망하게 제지당한 게 기억나서 그녀가 엄격하다고 한 것에 동감해 주었다. "방에서 음식은 안돼. 이건 룰이야. 네버 에버 키위!!!"



우리는 3시부터 해질 무렵까지 같이 산크리스토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길가다가 친구와 마주치면(일한 지 4일째라더니, 동네를 걷다 마주칠 친구까지 있는 그녀) 아메리칸 제스처로 쿨하게 인사하며 나와도 인사시켜 주었다.


우리는 번화가 거리를 걸으며 상점도 구경했다. 그녀는 평소 수제 악세서리를 만들기도 해서 귀걸이, 목걸이를 들고 다니며 파는 사람들과도 친근하게 사는 얘기를 나누었다. 서점에서는 책을 직접 골라주기도 하고, '키노키'라는 조그만 영화관도 소개해 주었다. 키노키 2층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테리아도 있었는데, 벼룩시장처럼 문화 정보를 공유하는 복합공간 같았다. 영화 상영을 안 할 때 우리끼리 방문(?)을 마음대로 열고 들여다봐도 상관 없었다. 정말 초미니 영화관이었다.



그녀는 몇 번이나 비슷한 파란색 집이 있는 골목에서 헷갈려하다 거의 내가 다 안내한 길목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걱정 마, 걱정 마" 하며 혼자 호스텔로 찾아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렇게 한 나절동안 실컷 돌아다니다 헤어졌다. 내일 아침 호스텔에서 다시 만날 터였다. "Hasta mañana(내일 봐!)" ㅡ내일 근무시간에 내가 산 그림책을 빌려달라는 말을 남기고서.




비록 근무시간에 손님의 책을 빌려 읽으며 언제 그만둘까를 궁리하는 불량 스텝이지만, 길에서 돈을 달라며 따라붙는 아이에게 "오, 미안해." 하며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표정은 참 따뜻했다. 내가 가고 난 뒤 그녀는 그만뒀을까?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에 어울리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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