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또 떠나고

by 세라


왜일까, 길 위에서 그토록 헤매고도 찾지 못했던 것들이, 오래 비워 낯설고도 익숙한 자취방으로 돌아왔을 때서야 선명해지는 것은.


다시 떠나리란 희망을 앓으며 살았다. 그러나 비로소 다시 오른 여행길에선 예상치 못한 감기를 앓았다. 쉽게 회복하지 못해 여행의 절반을 앓았고, 나머지 절반은 흐린 날씨 속에서 우울과 고독을 앓고 또 앓았다.


그런데 왜일까, 고된 여정 끝에 녹초가 되어 우두커니 날 기다리고 있는 방 속으로 터덜터덜 걸어 들어왔을 때, 그제야 길 위에서 찾아헤매던 것들이 슬그머니 윤곽을 드러내는 것은. 또다시 떠나게 될 것을 직감하게 되는 것은. 떠나고 떠나도, 또 떠나게 될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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