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다.
한국에서 멕시코까지 '직항'은 처음 탔는데 얼마나 길었는지 모른다. 가는 길 14시간, 오는 길 몬떼레이를 통해 19시간.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이 정도면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할 만한 하겠다 싶었다. 차라리 한번 쉬어가는 환승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 비행은 내 여행 전체의 컨디션을 결정짓고 말았다. 여행의 절반을 누워 있어야 했고, 나머지 절반은 아픈 뒤 만나는 풍경 앞에서 생경한 감정들을 느끼게 되었다. 비행 시간 내내 창가 자리에서 고통받으며 나는 급속도로 감기 컨디션으로 젖어들었다. 운 없게도 출국 하루 전날 갑작스럽게 감기 기운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춥고 건조한 비행기 안에서 14시간 동안 한시도 제대로 못 자고 도착하니, 내렸을 땐 이미 목소리가 변해 있었다. 아에로멕시코에서 제공한 식사 옵션에 있던 죽은 간을 하나도 안 한 건지, 있던 입맛도 떨어지게 하는 맛이었다.
날씨마저 흐렸던 계절, 멕시코의 9월은 우기다. 공교롭게도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9월이다. 이 나라의 우기는 우리나라 장마처럼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게 아니라, 저녁 7~8시쯤이 되면 갑자기 두두둑 굵고 무거운 빗방울 몇 개를 시작으로 삽시간에 온 세상에 거친 비바람이 휘몰아친다. 그 변화가 순식간이다. 그래서 밤과 아침은 털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춥고, 낮이 되면 반팔도 부족할 정도로 후덥지근하다. '그 시간, 거기서 봅세' 하고 약속한 듯 매일 일정한 시간이 되면 세상 끝날 듯 비가 퍼붓는 멕시코의 우기는 또 봐도 신기했다.
나는 낮 12시쯤 비행기에서 내렸지만 이차저차 쉬지 않고 움직여 밤 12시가 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그 일정을 어찌 소화했던 건지, 돌이켜 보면 그날의 나는 몸을 아프게 하려고 작정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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