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 뭐 하나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리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한번 생각한 것은 꼭 하고야 마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늘 용기가 부족해 밤마다 부끄러운 것 투성이인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된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된다'고 믿는 순수하고 굳센 면도 있다.
나는 늘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이기도 했고 어디에도 없는 극단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나는 과감히 내디딘 길 위에서도 겁이 많았고, 착실한 생활 속에서도 은밀한 모험가였다. 나는 여로 위에서 외로워하면서도 고집스럽게 걷고 또 걸었다.
사람들은 내게 그토록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고 했다. 나는 아직 방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자기들도 방황하고 있지만 그렇게 떠날 용기가 없다고 했다.
나는 미련이 있는 게 없어서라고 했다.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 만큼, 집도, 일도, 사람도, 모든 것에 미련이 없어서라고 했다.
어느 날 밤 덜컥 잦아든 깊은 우울의 감정이 견딜 수 없을 만큼 해묵은 것이었을 때, 나에겐 용기보다 더 커다란 변명이 있었고 그것이 나를 떠나게 했다고 한다면ㅡ,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아이러니를 사람들은 믿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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