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

잊을 수 없는 그들의 말

by 세라

Lo que me gustaba en México


멕시코에 도착한 뒤 가장 처음으로 한 것은 미리 잡아뒀던 단기 봉사활동이었다. 이때 형성된 멤버 중 아시안이 한 명도 없었고 나머지 친구들이 다 같은 언어를 써서 그 틈에서 외로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아이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왜 여기 혼자 있어?

같이 놀자!

이 모자 써 볼래? 거울 보여줄까?

같이 사진 한 장만 찍어주면 안 돼?


아이들은 내 주변으로 모여들며 친구처럼 말을 걸었는데, 마치 하얀 나비에 둘러싸인 듯했다. 어쩜 저렇게 말하고, 웃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요정 같았다.


이들 중 한 명이 나에게 한국어를 보여줄 것을 부탁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물어보고 한글로 써줬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순식간에 너도나도 써달라며 아이들이 종이를 들고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한국어 이름을 받아갔다.


천사. 요정. 나비.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잊을 수 없는 그들의 말. "같이 놀자!"




같이 산책할래?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며 팍팍하게 사는 동안 친구를 사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는데, 이곳의 아이들은 내게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얼음을 깨버린다. 우리는 어쩌면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에 대해 너무 인색한 건지도 모른다.


이곳에서는 "너랑 이야기하고 싶어"라는 솔직한 인사말 한마디로 친구가 될 수 있었고,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걷기만 해도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초록 풀밭에 모여 둥글게 앉아있기만 해도 금세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친구를 만드는 것이 이렇게 터무니없이 쉬운 일이었다는 것을, 나는 언제 잊어버렸을까? 그들은 나에게 시간여행을 시켜주었다. 기억저장소 어딘가 묻혀 사장되어가던 동심을 찾아준 멕시코 친구들에게 당연한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배우며ㅡ


잊을 수 없는 그들의 말. "같이 산책할래?"




너한테 주는 선물이야!


문화교류활동으로, 멕시코의 한 학교의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내 기억 속의 네모난 시간표 속에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뿐이었다. 그런데 이 학교에 있는 동안 나로서 정말 신기했던 수업들은 댄스, 식물 가꾸기, 태권도 등이었는데, 우리도 물론 체육이나 미술 등의 활동이 있긴 하지만 우리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댄스 클래스도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었고, 선생님도 여러 명이었다.

첫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아이들을 따라 야외로 나갔다. 학교 뒤뜰에서 함께 토마토 줄기를 자르고 정리했는데, 그것은 알고 보니 어떻게 식물을 기르고 수확하는지에 대한 수업이었다. 나는 아이들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그 수업시간에 있어서 내가 더 잘 아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하나하나 시범을 보여주며 잘 못하면 다들 나서서 도와주었다.


천연으로 단 맛을 내는 Stebia라는 신기한 식물이 있었다. 우리는 밭에 있는 것들을 이것저것 즐겁게 따 먹딸기, 콩, 옥수수도 구경했다. 또 몇몇 친구가 꽃을 엮어 선물을 만들어 주었고 우리는 다같이 사진을 찍고 놀았다.


카멜레온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아이들. 사실은 공부라기보다는 놀이이자, 일상다.


서로가 서로를 반가워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이곳.


낮은 구름은 저 멀리 지평선을 만나러 가고, 들판의 끝에는 언제나 눈 쌓인 화산이 그림처럼 서 있다. 작은 마을의 풍경은 아이들의 미소만큼이나 평화롭다.


잊을 수 없는 그들의 말. "너한테 주는 선물이야"




멕시코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

바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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