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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를 여행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이 구역은 위험해 #Mexicocity

by 세라

여차 저차 인연이 닿아 현지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멕시코에 도착한 지 한 달이 넘은 후에야 비로소 '혼자 여행'을 제대로 시작하게 되었다. 멕시코 생활에 꽤 적응이 되어 안심했던 나는 이곳에서 많은 방황을 하게 되는데..


멕시코시티는 멕시코 제1의 도시로서 문화와 역사가 총집결된 서울 같은 도시다. 이곳에서는 간단히 데에페(DF: Distrito Federal)라고 부르기도 하며, 택시 등의 교통수단에는 CDMX(Ciudad de México)라고 쓰여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대도시답게 활기가 넘쳐나고, 가장 현대적이며, 어딜 가나 인파가 가득하다.


하지만 내 여행 중 어려움 총량의 반 정도는 멕시코시티에서 머무른 며칠 동안의 이야기일 것이다. 중남미 쪽에 처음 가는 거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지만, 알고 가면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이라 이곳에서 겪은 나의 경험들을 공유해 보려 한다.




픽업


나는 중남미에 있는 전체 기간 동안 한 번도 소매치기나 도난 사건을 당한 적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도 속을 수밖에 없던 사기는 모두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나 이동할 때 일어났다. 계속 다니다 보면 알게 되는데, 초기에는 깜빡하면 속을 수도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짐을 픽업해주는 사람들이다. 나는 여행하는 동안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다녔는데, 터미널 내리는 곳에 대기하고 있다가 카트 같은 걸 가지고 와서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의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데다 우리는 우리나라 서비스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정말 속기 쉽다! 카트 좀 이용한다고 돈을 내야 할 거라고 상상하진 못하니까 말이다. 이 사람들은 안내의 대가로 결국 팁을 요구한다. 나는 이런 종류의 사기에 두 번이나 속고 나서야 제대로 분별했다. 두 번째로 당했을 땐 공식 명처럼 보이는 목걸이를 달고 유니폼 같은 걸 입고 있어서 그때는 진짜 직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의 모든 시스템이 낯선 아시아 여행객들은 이들에게 아주 좋은 타겟이다. 특히 혼자 다니는 동양인 여성은 더욱더.


가끔 보면 이들의 시스템은 정말 허술한 것 같다. 몇몇 버스 터미널에서는 표가 있는 사람만 타기 직전 대기 공간으로 보내주기도 하는데, 대기 공간으로 가기 전 버스 짐칸에 실을 것들을 미리 부칠 수 있게 되어 있다.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며 승강장까지 데려다줬던 그 사람은 짐 부치는 과정까지 친절히 안내해주길래 당연히 직원인 줄 알았다. 표가 있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인데.. 체크할 때 분명 아무도 제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진짜 직원들도 믿을 수가 없다. 이 사기꾼은 마지막에 버스 타기 직전 줄을 서 있을 때 본색을 드러내며 끈질기게 팁을 요구했다.


속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같이 줄을 서 있었고 사기꾼인지도 모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도움을 받은 것도 있어서 얼마간 팁을 주었다. 그런데 계속 상당한 액수를 더 요구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큰돈은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가난한 여행자였다.


끈질긴 요구 때문에 조금 더 쥐어주긴 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계속 "돈 없다"로 일관했다. 사기꾼은 한참이나 나를 더 괴롭히다가 그 자리를 떠났다. 그는 내 목적지를 알고 있고, 나는 짐도 다 실은 상황에서 어디로 도망갈 수도 없고, 그 자리에 줄을 서서 곧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기에... 이 사기꾼을 떼내느라 너무 힘들었다. 실랑이 끝에 그가 떠나고 나자 내 뒤에 서 있던 멕시코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팁을 더 주지 않은 것에 대해 "방금 아주 잘 했다"고. 사실 곤란할 뿐만 아니라 좀 무섭기도 했는데, 다시는 이런 사기에 속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예전에 이탈리아 로마에 있을 때 방향을 가르쳐 주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을 만난 적 있다. 이때 나는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외친 뒤 전속도로 뛰어서 도망갔다. 좀 웃긴 방법이지만 아무도 이런 황당한 여행자를 따라서 뛰어오지는 않았기에,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짐 없을 때만 가능)



택시 요금


멕시코시티의 주요 공항이나 터미널에서 택시 요금 딜을 하는 건 정말 어렵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멕시코 전역의 터미널마다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택시가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서조차도 돈을 올려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이를 피하기엔 어림도 없다.


멕시코시티에 도착했을 때 TAPO터미널에서 Hidalgo역에 있는 호스텔까지 가기 위해 택시를 잡는데, 택시 기사들은 나에게 처음엔 500 pesos, 그리고 나중엔 300 pesos를 요구했다. 이들은 자기네들끼리 담합하고 다 같이 사기를 친다. 물론 300페소는 2만 원 조금 안 되는 정도긴 하지만, 멕시코에선 멕시코 기준으로 봐야 한다. 우리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면 돈을 다 쓰게 된다. 실제로 Puebla-Mexicocity 간 2시간 시외버스비도 200페소가 안되는 데다, 멕시코시티 공항이나 터미널에서 도시 중심지까지 매우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캐리어만 아니었더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의향도 있었는데, 어쨌든 나는 최대한 딜을 시도했다.


결론적으로 겨우겨우 250페소까지 깎아서 택시를 타긴 했는데, 어쩌다 보니 터미널에서 어딘지 모를 구석의 주차장 쪽까지 떠밀려 가게 돼서 괜히 계속 불안했다. 나중에 현지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거의 5,60페소면 가능한 거리였다. 그런데 처음 제시했던 500페소면..거의 10배가 아닌가! 정말 너무하다. 오천 원 거리오만 원이라고 한 것이다. 사기를 치는 택시 기사들은 전 세계 어딜 가나 많은 것 같다. 공식 택시라 하더라도 주의해야 하고, 또 공식이라고 거짓말하는 사람이나 공식처럼 보이는 장소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안심해선 안 된다.


멕시코에서 '우버 택시'를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현지 친구들도 거의 다 우버는 안전한 편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우버를 사용하려면 '인터넷'이 필수다. 나는 공항에 도착했을 때 현지 유심칩을 샀는데, 지역에 따라 인터넷이 느린 데다 다른 칩을 끼워서 그런지 자꾸 우버 인증에 문제가 생겨서 접속이 안 됐다. 길에서 짐을 들고 계속 폰을 붙잡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서 결국 여행 중 우버 사용은 포기했다. 우버에 문의를 했는데 일처리도 너무 느리고 결국 같은 문제가 반복되었다. 만약 이런 문제가 없다면 우버 사용은 괜찮은 편인데, 그래도 특정 지역(유카탄 쪽)에서는 우버도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었다. 아, 이쪽에선 우베르(Uber)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유심칩 구매 관련


맨 처음 멕시코시티 공항에 내렸을 때 나는 좀 긴장 상태였다. 스페인어를 제대로 접한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고,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낯선 상태였다.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은 현지 유심칩을 산 것이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정말 아.예. 안 통했다. 한참의 대화 끝에 사긴 했는데, 꽤 진땀을 뺐다. 멕시코시티 공항에 내리면 2층 복도에 Telcel사가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혹시 200페소짜리 아미고(Amigo)칩을 추천해 주면, 그냥 이걸 사면 적당하다. 나는 헷갈리는 걸 계속 질문하다 더 혼란스러워졌는데, 우리나라랑 시스템이 달랐기 때문이다. 요금제가 좀 특이했다. 페이스북, 왓츠앱,+(하나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무제한이고 기간 기준이 아니라 '데이터 기준'으로 할당량을 소진하면 다 끝난다. 그리고 다 끝나도 그 번호로 전화를 받을 수 있다. 데이터가 끝난 뒤에 당연히 못 쓰는 걸로 생각하고 원래 칩으로 바꿔 끼고 있다가,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 한 친구의 전화(멕시코 국내)로 실험해 보고 나서 알게 됐다. 그리고 끝날 때쯤 연장할 수 있는 인터넷 페이지를 문자로 안내해 주는데 그 페이지에서 똑같이 200페소짜리(1달) 선택해서 카드 결제하면 된다. 이때 데이터양에 따라 여러 가지 옵션이 있는데 15일, 1달, 이런 식으로 상품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런데 실제로 정확히 15일 기준이 아니라 그 정도의 데이터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15일이 지나지 않아도 데이터를 다 쓰면 끝난다. 처음 연장 시에 이게 헷갈려서 그냥 대리점 직접 가서 구매했다. 도시에서 Telcel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직접 가서 사는 거랑 인터넷으로 하는 거랑 가격 차이는 없다.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이렇게 유심칩을 사서 쓰는 게 훨씬 저렴하다. 폰요금은 정말 부담이 없다. 200페소면 12000원 정도인데 약 한 달을 쓸 수 있다. (데이터 로밍 프리 요금이 하루에 만 원 가까이 되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안심하고 자유롭게 쓰다 보니 20일 정도만에 다 써서, 다시 연장해서 썼다. (유적지나 박물관에서도 그때그때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해서 봤다.) 뒤에는 기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연장하지 않았는데, 사실 멕시코 곳곳의 레스토랑, 호스텔에서 와이파이가 아주 잘 돼서 별로 지장이 없었다.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 미리 지역만 저장해 놓으면 GPS만으로도 구글 지도를 나침반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아까 말했듯, 데이터를 다 쓰고도 필요할 때는 폰만 켜져 있으면 얼마든지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추가) 그냥 공항에 내려서 1층 편의점에서 구매해도 되요!



치니따!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스쳐 지나가면서 갑자기 귀에다 '치니따'라고 외쳤다. 인파가 많다 보니 그렇게 훅 지나가고 나니 뭔가 싶었는데, 말로만 듣던 동양인 여자들을 놀리는 거였다. 여자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인 것 같다. 이런 일을 당하면 웃어주지도, 관심을 주지도 말고 그냥 무시하면 된다. 당당히 쳐다보며 "그래서 뭐?" 쏘아주면 바로 꼬리내리고 수그러드는데, 어색한 스페인어로 반박하는 것보단 아예 무시하는게 나을 것 같다. 앞서 다른 글에서 나는 길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고 썼지만, 이런 불순한 사람들은 잘 구별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기준으로 생각하자.


치니따는 China(치나: 중국 여자)를 귀엽게 부르는 말이다. 한 번은 멕시코시티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가 만원이어서 두 번이나 놓쳤다. 그리고 세 번째 버스가 왔는데, 갑자기 나타난 선글라스를 쓴 일본인 여자가 먼저 타려고 했다. 그때 옆에서 같이 기다렸던 멕시코 할머니가 'Coreanita(꼬레아니따)가 먼저'라고 길을 열어주셔서 겨우 탈 수 있었는데, 그 일본인 여자는 계속 Japonesa는 왜 먼저 안 태워주냐고 억울해 했다. 일본인들은 이런 질서를 잘 지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어쨌든 그때 들었던 '꼬레아니따'는 참 예쁜 말이었는데, 길에서 놀리는 사람들이 '치니따' 라고 했을 땐 왜 그렇게 저급하게 느껴지던지. 같은 말이라도 상대가 호의를 가지고 하는 건지 아닌지는 쉽게 느껴졌다.



이 구역은 위험해


사진(△)에 보이는 곳이 멕시코시티에 가면 누구나 방문하게 되는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인데, 사진에서 오른쪽 뒷동네로는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그쪽 방향으로 가면 큰 시장이 있다. 나는 멋도 모르고 시장을 따라 계속해서 오른쪽 길로 걸어 들어갔다. 규모가 상당히 컸고 내가 얼마나 들어왔는지도 몰랐다.



가는 길 중간에 이렇게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도 구경했고, 딱히 살 건 없었지만 호기심에 계속해서 시장을 둘러보았다. 시장의 길 끝쪽에 빨간 지붕의 성당이 보이길래 그곳까지 걸어가 보았다.



막상 성당 앞까지 와 보니 생각보다 썰렁했다. 대낮에 길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고,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정적이 흘렀다. 성당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황량해 보였다. 앞까지 가볼 것도 없이 카메라로 딱 한 장 사진을 찍고 그냥 돌아섰다. 그런데 그때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무시하고 떠나려고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뒤로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ㅡ여기에 어떻게 왔어? 이 구역은 위험해. 빨리 저쪽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여기 누워있는 사람들 마약을 한 사람들이야. 그리고 그 카메라, 안 보이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제서야 나는 그 사람을 쳐다보며 고맙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위험한 곳이었나 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긴장해서 엄청 빠른 속도로 다시 번화한 쪽으로 걸어 나왔다.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있는 산토도밍고 성당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성당 앞에서 평화롭게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을 만나자 긴장이 풀리면서 피곤이 몰려왔다. 하루 만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것 같았다. 멕시코시티에 있는 동안 구글맵을 사용하지 않고 종이 지도를 들고 다녀서 더 그랬다. 나중에 듣기를, 길 못 찾는 사람들 특징이 지도에 시선을 고정하고 다니는 거라고 했는데, 딱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물어보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멕시코시티에서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아래는 이날 찍었던 멕시코시티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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