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목소리들1

최원형 편

by 김목청

*이 글은 지극힌 개인적인 감상과 취향에 의해 쓰여졌으며, 특정 인물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없음을 밝힙니다.


1. 망국의 왕자가 사람이라면 (왕자는 원래 사람인데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잘생긴 목소리 1위. 이른바 왕자 목소리. 누군가 '당신이 생각하는 제일 잘생긴 목소리의 소유자는 누구?'라고 물었을 때 떠오르는 몇몇 성우들이 있지만 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팬심을 쫙 빼고 객관적으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만한 목소리를 뽑자면 역시 최원형, 이라고 밖에는 할 수가 없다.


잘생겼다고 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멋있는 역할을 맡으면 웬만하면 다 잘생기게 들린다.(잘생겼다, 는 건 외적인 조건을 말하는 건데 목소리를 두고 잘생겼다고 하는 게 뭔가 좀 어색하게 느껴지네.) 그래서 여성향 게임이나 만화에서 좀 쿨하고 잘생긴 놈들을 맡아 연기하면 다 잘생기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잘생긴 목소리'라고 하는 것은 그런 주관적인 게 아닌 뭔가 좀 더 스탠다드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최원형 성우가 바로 그 원형(엥ㅋㅋ)이다.


최원형 성우는 왕자 목소리의 대가답게 온갖 왕자를 다 섬렵했다. 하지만 그 왕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망국의 왕자'들이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원형 성우의 가장 잘생긴 목소리 연기는 <라이온킹2>의 '코부'이다.


(출처 : https://youtu.be/fjmfLffVQdM )


내용은 대충 <라이온킹1>의 주인공 '심바'의 딸 '키아라'(cv.정미숙. 캬~)와 '스카'의 후계자 '쿠보'의 로미오와 줄리엣 뺨치는 러브스토리이다. 솔직히 '무파사'보다는 다들 '스카'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했었잖아요…… 나만 그래? 얼굴에 흉터도 있고 열등감도 있고 목소리도 장난 아니고. 그런 '스카'를 닮았지만, '스카'처럼 맛이 가버리진 않은(ㅋㅋ) '쿠보'를 최원형 성우가 연기하는 것이다. 솔직히 저 잘생긴 목소리로 정의롭기만 한 캐를 연기했으면 별로 재미없었을 텐데, 정의롭지 못한 편에서 서서 괴로워 하는 연기를 하니 그게 가슴이 뛰는 것이다.


사실 최원형 성우는 꽤 디즈니스러운 목소리인데 그 증거로 <겨울왕국>에서 '한스'도 맡았다. 더 유명한 역할은 아무래도 '한스'이지만, '한스'는 결말부에서 쫌생이처럼 나오기도 하고, 최원형 성우 특유의 '내쫓긴 왕자'스러운ㅋㅋ목소리는 쿠보에서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골라왔다. 뭔가 한이 있을 것 같고 겉은 가진 목소리 자체는 양지스러운데 불행한 과거 서사 정도는 하나씩 달고 있을 것만 같은…….


(출처 : https://youtu.be/-XZgtdQVvlg )


근데 따지고 보니 한스도 약간 그렇네? 좀 비열한 계열이기는 했지만…… 이건 긴 중안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얼굴 폭을 가진 캐릭터 디자인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생긴 거에 비해 목소리가 너무 고급스럽지 않나?' 싶었다. 이 정도 성우를 쓸 정도라면 아무래도 '한스'가 남주긴 하겠는데, 디자인은 좀 약하고(근데 실제로 남주였던 '크리스토퍼'랑 비교하면 뭐ㅋㅋ) 그래서 긴가민가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실은 악역이었다.


최근 최원형 성우가 맡은 망국의 왕자캐는 <쿠키런 : 킹덤>의 '다크초코맛 쿠키'이다. 다크카카오 왕국의 유일한 왕자였으나 모종의 이유로(이게 무슨 이유인지 최근 에피소드를 통해 대충 밝혀졌는데, 스토리 모드 주제에 난이도가 겁나게 높아서 나는 아직도 무슨 사연인지 모른다^^젠장…….) 국왕이자 세계를 구한 영웅, 아버지 '다크카카오맛 쿠키'를 배신하고 전쟁을 일으킨 '어둠마녀 쿠키'쪽에 붙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선과 악, 어둠과 빛, 배신과 책임감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그런 캐이다.


망국의 왕자가 좋은 이유가 뭐냐면, 불행 서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정의로운 선택을 하도록 설계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한 순간의 선택으로 잘못된 길로 들어섰지만 어떻게든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괴로운 과정을 보는 건 너무 즐겁잖아요. 그리고 완전한 악역은 또 아니기 때문에 밉상 인물들하고는 또 다르다. '쿠보' 도 아웃랜드 같은 음침한 곳에서 자랐음에도 여전히 눈빛 말똥말똥하다. 이른바 싹수는 안 노란 녀석들


실제로 <쿠킹덤>에서 '어둠마녀 쿠키' 일행인 '석류맛 쿠키'(cv.배정미)가 꾸준히 '왕자님'이라고 비꼬는데도 그렇게 부르지 말라든가, 난 더 이상 왕자가 아니야……! 같은 소리는 안 하는 거 보면 고귀한 핏줄은 못 속이나 보다 싶다ㅋㅋ 이러나 저러나 도련님인 것이다. 그나저나 영상을 쭉 정리해보니 역시 왕자는 왕자라고, 당대 유명한 여자 성우들이랑 한 번씩 연기를 하셨네. 고귀하다 고귀해.


최원형 성우의 출연작 중 내가 봤던 작품으로는 <빨강망토 차차>의 '카스칼 선생님'과 <그남자 그여자!>의 강우혁(이건 열심히 봤는데 왜 그땐 몰랐을까…….) 그리고 <마법천자문>의 '혼세마왕'이 있다. '혼세마왕' 하면 또 망국의 사연 한 보따리 왕자 목록에서 빠질 수 없지……. 그리고 의외의 출연작은 <포켓몬스터>의 '냐옹이'…….


출연작을 쭉 보면서 느낀 거지만 연차나 명성에 비해서 생각보다 주연이 많지는 않다. 나한테 최원형 성우가 어떤 느낌이냐면…… 약간 배우 조인성 같은 느낌이다. 키 크고 잘생겼고 연기도 잘하는데 뭔가……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걸 꼽기는 좀 힘든.(<클래식>은 손예진 조승우가 주연이고 <발리에서 생긴 일>은 주먹울음 밈만 남아서……….) 근데 또 필모를 보다 보면 중박 이상 친 작품이나 작품성 좋다는 드라마 영화도 많이 했음. 근데 뭔가…… 너무 잘생겨서 그런 노력들이 외모에 가려지는 느낌? '가장 잘생긴 목소리'라는 타이틀은 나에게 그런 뜻이다.


이 글을 적다 보니 내 안에서 최원형 성우와 구자형 성우가 비슷한 계열로 분류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데, 구자형 성우가 <이누야샤>의 '미륵'이나 <은혼>의 '긴토키'처럼 뭔가 개그스러운 캐도 많이 한 것에 비해 최원형 성우는 좀 더 멋있는 이미지로 내게 남아 있다. 사실 <빨강망토 차차>의 '카스칼 선생님'과 <그남!그녀!>의 '강우혁'도 멋있기만 한 역할은 아니지만 끝까지 망가지지 않으려는 성질이 있어서 그런 걸까ㅋㅋ


실제로 '카스칼'은 '엘리자베스'라는 인형을 들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복화술을 하는 덜 자란 모습을 보여주지만 정작 본인보다는 '도로시 선생님'(cv.우정신)이 더 극적으로 망가져서 티가 덜 나는 편이고, '강우혁'도 잘생긴 거에 비해 실없는 성격을 가졌지만 후반부에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지성준'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망가지는 것 같아서 그런 건가?


바로 이런 부분이 참 지나칠 수 없게 만들어^^

쭉 나열하고 보니 최원형 성우의 출연작품을 내가 많이 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망국의 왕자'라는 컨셉은 앞으로도 쭉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모름지기 망국의 왕자라고는 해도 왕자는 왕자니까 일단 멋있고 잘생기고 교양 뿜뿜 해야 하는데 그럼 역시 지존성대 최원형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 게다가 망국 출신이라는 데서 오는 처연함까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목소리가 잘생긴 성우는 많지만 잘생긴 목소리에 노련함까지 가진 성우는 몇 없단 말이죠. 최원형 성우의 천 년 묶은 잘생김을 쉬이 이길 수 있는 성우는 앞으로도 한 동안 없을 거라고 본다. 닼쵸 왕자님 화이팅~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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