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콘텐츠의 유익성을 찾아서!
청소년이 OTT를 이용할 때는 분명 잠재적인 위험들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호자는 자녀나 학생이 영상을 소비하거나 우연히 곁에서 보게 되더라도 갑자기 놀라거나 그릇된 인식을 가지는 일이 없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데 청소년이 OTT를 이용하는 일이 꼭 나쁘기만 할까요?
이번에는 미디어를 잘 활용하면 청소년의 정서적, 사회적 경험을 넓히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한창 성장하는 시기에 OTT 콘텐츠를 보면 어떤 이로움을 찾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교육을 돕는 영상들
어른들의 여가 시간을 풍요롭게 해주는 OTT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주목할 점은 OTT 속 콘텐츠의 교육적 가치입니다. OTT 서비스는 정말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그중에는 직접적으로 아동, 청소년의 교육을 목적으로 만든 영상물도 상당수 존재하고 이미 이를 활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 어린이 시청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키즈 콘텐츠’ 수요가 팬데믹 전보다 60% 이상 늘어났다고 해요. 그 외 콘텐츠 수요와 비교하면 세 배나 큰 수치라고 합니다. OTT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기업들도 교육용 콘텐츠나 어린이와 청소년만을 위한 키즈 콘텐츠의 가능성을 깨닫고 발 빠르게 투자를 하고 있죠. OTT 플랫폼마다 키즈 콘텐츠 전용관이나 교육용 작품들의 섹션을 별도로 빼놓을 정도랍니다.
예를 들어, 국내 OTT사인 티빙의 경우 메인 화면에 키즈 카테고리를 따로 두고 있는데요. 키즈 전용관에서는 영유아를 위한 교육용 콘텐츠들과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의 영상들을 만날 수 있고, ‘투니버스’ 같은 어린이 전용 채널에도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키즈 모드에서 톱니바퀴 모양의 설정 버튼을 누르면 부모와 아이 모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시청 시간제한, 부적절한 콘텐츠 차단을 위한 연령 설정, 화면 잠금 등의 안전 기능들도 갖추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안다는 듯,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OTT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만을 위한 콘텐츠를 하나의 항목으로 분류화해서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OTT의 교육적 기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다양한 언어와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 유용하게 쓰인다는 점이에요. OTT 서비스는 여러 국가의 언어로 제공되며, 자막 기능을 통해 다른 언어의 콘텐츠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쿠팡이 만든 OTT ‘쿠팡플레이’의 예를 들어볼까요? 이 회사는 자녀가 있는 회원들을 공략하기 위해 교육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교육 전용 섹션을 추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어를 교육하는 여러 브랜드들과 손을 잡고 강좌 콘텐츠를 독점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외국어 교육을 위해 만든 영상이 아니더라도 OTT를 보며 외국어 공부를 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포털사이트나 블로그에는 ‘영어 공부하기 좋은 미드’, ‘OTT로 중국어 공부하는 법’과 같이 실제 다양한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데 도움이 되는 OTT 드라마나 영화 추천기와 노하우들이 많습니다.
OTT가 교육과 학습용으로 사용하기 좋은 이유는 유용한 기술적 장치들도 한몫하는데요.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자막으로 제공해 주고, 영상의 재생을 ‘1.5배속’, ‘2배속’으로 빠르게 보거나 대사가 없는 부분을 ‘스킵’하여 건너뛰며 볼 수도 있습니다. OTT 중에는 특정 앱이나 확장 프로그램을 추가로 설치하면 자막을 대본으로 제공해 주고, 한글과 영어 대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이중자막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언어 공부에 쓰임새가 좋은 도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창의력과 문화 이해력 향상
OTT는 청소년이 언어 등의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다큐멘터리나 문화 콘텐츠를 통해서는 일상에서 마주하지 못한 다양한 주제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런 영상들을 시청하며 새로운 관심 분야가 생기고 세계관이 확장해 나가는 경험도 가능합니다. 한 마디로 OTT를 통해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OTT 콘텐츠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처럼 여러 장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숏폼’이라 불리는 10분 이내 짧은 영상부터 시청자가 직접 드라마의 결말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다른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는 인터렉티브 영화나 드라마까지 그 형식도 각양각색입니다. 작품마다 내용도 다채로워 청소년들이 다양한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들을 경험할 수 있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만큼 콘텐츠 감상 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영감이 떠올라 창작 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요.
한발 더 나아가, 자녀나 학생과 함께 글로벌 이슈를 다룬 작품이나 사회적 문제를 담은 콘텐츠를 OTT에서 선택하고 시청 후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떨까요? 청소년들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위기 같은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같은 주제를 가진 작품이라도 만든 이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고, 근거나 주장하는 바가 차이 날 수 있으니 이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OTT 시청법이 될 것 같네요.
OTT 사용법을 기술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OTT를 제대로 사용한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OTT 리터러시는 나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선별하고, 만든 이의 의도가 무엇인지 질문하면서 비판적으로 시청하며, 작품을 본 후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창의적으로 사유하는 과정까지 모두 거쳐야 합니다.
청소년에게 너무 어려울 것 같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영상과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이니 어쩌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미 좋은 콘텐츠를 고르는 감각을 지니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제는 그 능력을 마음껏 꺼내어 발휘할 수 있도록 보호자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대화의 기회를 열어주면 됩니다.
#OTT 콘텐츠와 인문학적 소양
끝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이 인문학적 시각을 키울 수 있는 OTT 콘텐츠 사용법을 제안드리려고 합니다. 아래에 제시하는 몇 가지 방법을 보고 자녀와 학생이 좋아할 만한 분야와 작품을 찾아 함께 OTT의 유익함을 누려보면 어떨까요?
1) 문학적인 작품 감상:
OTT 서비스에서는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전 소설의 영화화된 버전이나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시청하여 문학과 영상 스토리텔링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문학 작품의 멋진 이야기, 캐릭터의 내면세계, 작가의 문체 등을 탐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시즌제 드라마로 제작된 <빨강 머리 앤>,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이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 <파친코> 등이 있습니다.
2) 문화와 역사에 대한 콘텐츠 감상:
OTT 콘텐츠는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인 배경을 다루는 작품들을 제공합니다.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특정 문화나 지역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청소년들은 문화를 이해하고 역사 지식을 넓힐 수 있습니다. 안네 프랑크와 하나 고슬라어의 실화를 바탕으로 나치 치하의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하여 강제 수용소에서의 참혹한 재회로 이어지는 우정의 이야기를 다룬 <내 친구 안네 프랭크>, 여성 수학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1960년대 미국 우주 개발 시절의 인종과 성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히든 피겨스>, 1971년 버지니아주에서의 인종 갈등을 다룬 영화로, 고교 야구팀의 감동적인 실화를 다룬 <리멤버 타이탄> 등을 추천합니다.
3) 예술과 음악의 콘텐츠 탐색:
OTT 서비스에서는 예술과 음악과 관련된 여러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시회, 공연, 음악 콘서트 등을 담은 콘텐츠를 보며 미술 작품이나 음악의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작품 등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예술 분야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디자인이나 건축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이 있다면, 다양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작업과 창조적인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 <앱스트랙트 : 디자인의 미학>,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건축 예술과 디자인에 중점을 둔 <그랜드 디자인> 등이 꿈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4) 사회 문제와 인권에 대한 콘텐츠 감상:
일부 OTT 콘텐츠는 사회 문제와 인권을 주제와 소재로 다루는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을 시청하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가령,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1968년 시카고에서 열린 법정에서 기자, 시민운동가, 학생 등이 기소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시민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법정 영화입니다. <소셜 딜레마>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과 효과에 대해 다루는 다큐멘터리로, 청소년에게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과 영향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죠. 이런 작품들을 청소년과 같이 시청한 후에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과 분석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요. 청소년이 현실 세계의 문제를 인식하고, 타인의 경험과 관점에 공감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
위의 방법들은 청소년이 OTT 콘텐츠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일부의 예일뿐이에요. OTT라는 무한한 바다에서 항로를 잃지 않고 지식과 감성을 채워주는 보물 같은 콘텐츠를 찾으려면 이용자가 끝까지 방향키를 놓지 않고 나아가야 합니다. 청소년에게 방향키를 직접 잡게 하고 부모나 교사가 그 옆에서 지켜봐 준다면 OTT 탐험은 인문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만드는 좋은 여행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