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미디어의 유해성 논란
청소년이 미디어를 시청하다 부정적 영향을 받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이제는 레거시 미디어가 된 텔레비전도 이 걱정을 피해 갈 수 없었어요. 민영방송이 출범한 1990년 초반, 채널이 많아지자 시청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는데요.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결국 방송의 선정성과 저질성 시비가 잇따르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TV 끄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이 걱정의 시선이 상당 부분 OTT 서비스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가족부가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 그리고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이러한 걱정이 기우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 년간 매체별 이용률을 보면 유튜브 등을 통한 인터넷 개인방송이나 동영상 사이트를 봤다는 청소년은 96.7%로 TV 방송 87.6%보다 많았고요. 유료 OTT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학생들도 75%에 이르렀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성인용 영상물을 본 경험이 있다는 청소년이 47.5%로 일 년 전에 비해 10%나 많아졌다고 합니다.
실제 학부모나 교사, 그 외 양육자들은 아이들의 OTT 서비스 이용 시간이 점점 많아져 고민하곤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면서 가정에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같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잖아요? 인터넷이 연결되는 기기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OTT 서비스의 장점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기들이 청소년의 손에 있다는 말은 유해한 표현이 담긴 영상물을 만날 가능성도 늘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 폭력성과 선정성을 접할 가능성
그럼, 지금부터는 청소년이 OTT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만날 수 있는 유해성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짚어보도록 하죠. 막연히 걱정이 앞서 이제는 주류 미디어가 된 OTT 서비스의 사용을 무턱대고 막는 것보다 어떤 점들이 일부라도 자녀와 학생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요?
첫째, 선정성과 폭력적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OTT 콘텐츠 플랫폼에서는 성적 콘텐츠, 폭력적인 장면 또는 음란물과 같은 선정성과 폭력성이 포함된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어요. 청소년들은 이런 콘텐츠를 부적절하게 이해하거나 올바르게 처리하지 못할 수 있으니 안전을 지켜줄 보호자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물론 각 OTT 플랫폼에는 ‘성인인증’ 같은 절차를 거쳐야 청소년관람불가 영상을 볼 수 있다거나 부모가 자녀의 연령을 설정하면 자동적으로 해당 연령 등급의 콘텐츠만 추천하는 기술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부모가 OTT를 가입한 후 계속 관심을 가진다면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한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어린이나 청소년이 어른들이 호기심에 보지 않는 곳에서 성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청소년관람불가 콘텐츠를 시청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짧은 길이의 영상을 제작 및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또 어떤가요. ‘틱톡’과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튜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인스타그램’ 또는 ‘페이스북’ 속에서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짙은 콘텐츠가 영상 또는 이미지로 업로드되어 SNS상에서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K-드라마’의 성공 사례로 꼽히며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글로리> 같은 콘텐츠는 청소년관람불가의 영상물인데요. 그 인기를 다루는 뉴스들이 등장하고, 유튜브나 SNS를 통해 ‘리뷰’나 ‘챌린지’, ‘패러디’나 ‘줄거리 소개’ 등의 영상들이 끊임없이 업로드되는 상황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만 관심과 호기심을 거두라고 강요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내 옆에 있는 자녀, 학생도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에 노출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현실에서 자극적인 영상 표현을 만나더라도 충격을 적게 받고 왜곡된 성인식이나 윤리의식을 가지지 않도록 안내할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겠습니다.
# 과몰입과 과의존 경향의 문제
OTT 서비스가 가져다줄 수 있는 유해성 두 번째는 콘텐츠 시청에 과몰입하거나 중독적 경향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OTT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편리성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데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과도한 시청으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OTT 서비스의 높은 접근성이 오히려 영상물의 과도한 이용으로 이어지고 일상에서 점차 콘텐츠 시청량을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상황을 만날 수도 있어요. 장시간의 영상 시청은 청소년의 신체와 심리 건강 그리고 사회적 관계 맺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청 시간과 균형 있는 미디어 이용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 미디어 리터러시 분야에서는 최근 청소년이 OTT 등을 보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디지털 기기의 과의존 문제에 주목하고 있어요. 디지털 기기의 지나친 이용이 지속되어 이용자가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는 상태를 ‘과의존’이라고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2022년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그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연령대별 과의존 위험군 비율을 보면, 성인과 유아동은 20%대로 전년 대비 그 비율이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청소년은 40.1%로 전년 대비 3.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과의존 위험군에 속한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콘텐츠는 ‘게임’에 이어 '영화·TV·동영상'이 2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
마지막으로 청소년이 OTT 서비스를 이용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문제입니다. 앞서 OTT 서비스의 특성으로 콘텐츠를 개인별로 추천하는 알고리즘이라는 점을 들었는데, 기억하시나요? 쉽게 말해, 알고리즘이란 AI가 우리가 하는 행위들을 일일이 계산하여 각 개인들의 기호에 맞추어 필요한 것을 추천해 주는 것을 뜻합니다.
일례로 OTT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한 편 시청하면 검색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메인 화면에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이 올라오고, 포털 사이트에서 특정 물건을 사려고 검색하고 나면 잠시 후 검색한 물건과 비슷한 상품들이 광고로 등장합니다. 이 모든 일이 바로 AI 알고리즘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죠. 그런데 AI가 스스로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우리가 필요한 콘텐츠나 정보를 추천해 주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일까요? 개인의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된다면 다른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OTT 서비스에서 어떤 작품들을 검색하고, 어떤 방식으로 시청했는지 개인의 특성을 누군가 속속들이 알고 있고 이를 분석해 그들이 유리한 쪽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무섭기까지 합니다. 앞으로 사회로 나아갈 청소년의 개인정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겠죠. 지금의 정보가 미래의 사회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기업들이 이 정보를 독점해 통제하거나 해커들이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OTT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다수의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반대로 하나의 계정을 여럿이 공유하는 사례도 증가했습니다. 초기에는 가족이나 친구, 지인 간 공유로 시작됐지만, 요즘은 모르는 이용자 사이의 연결을 중개하는 플랫폼까지 등장했습니다. 계정을 공유하는 개인들 간의 거래에는 몇 가지 문제들이 있는데요. 비용만 받고 계정 공유를 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나 자신의 개인정보를 누군지도 모르는 타인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등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OTT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도 필요합니다.
OTT 콘텐츠를 시청하며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유해성은 OTT 서비스 이용의 어두운 단면만을 살펴본 것입니다. OTT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유익함은 그 부정적인 영향에 비해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어요. 그러려면 청소년이 먼저 스스로 자기 조절능력을 키워 안전하게 콘텐츠를 시청하도록 해야 합니다. 부모와 교사,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건강한 디지털 환경에서 OTT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주체적인 미디어 수용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