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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MIAN Jun 29. 2023

오후형 인간입니다만..

나는 소수형 인간인가

 어릴 때부터 그랬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고, 밤늦게 자는 게 익숙한, 집중을 해야 하는 일들도 오후부터 밤 혹은 새벽에 몰아서 하는.. 요즘은 인터넷을 보면 ADHD 증상 중 하나라고 하던데.. 왠지 내가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그 표현은 여전히 싫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난 단지 한국의 대다수에 속하지 못한 생체리듬을 가진 자가 아닐까?


 별의별 노력을 다 해봤다. 시간에 맞춰 수면제를 먹는 건 지금도 그렇지만 어쨌든 약을 이용해서 패턴을 맞춰보려도 해봤고, 영양제를 잘 챙겨 먹고, 종합검진도 받아봤으며(아무런 이상 없었다), 새벽운동을 6개월간 해봤으며, 밤을 꼴딱 지새우며 10시쯤 자보려 한다거나, 아예 잠을 4-5시간으로 줄여보기도(무조건 7시에 기상을 위해) 했다. 하지만 아무런, 아무런 소용이 없다.


 유일하게 아침형 인간으로 편하게 스트레스를 계속해서 받지 않고 지냈던 기간은 내가 10년 전쯤 미국에서 1년간 살았을 때다. 미국은 한국과 거의 정반대의 시간대인데 유일하게 시차적응 없이 바로 적응하고 아침 6시경 일어나 준비하고 출근해 퇴근하고 다시 10-12시쯤 자는 정상적(?) 패턴에 무리 없이 저절로 안착되었다. 천상 미국사람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땐 스트레스도 거의 안 받고 무척이나 외향적이고 긍정적인 나였다. 물론 완벽한 날씨의 캘리포니아였기에 그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뭐 어쨌든 내가 하고픈 말은 태어나 거의 평생 한국에 사는 지금의 난 여전히 거꾸로 된 생체리듬을 억지로 겨우 맞추려 애써가며 매일을 겨우 살아간다. 이러니 안 힘들고 배길까 생각이 든다.


 엄마는 어릴 적부터 이런 나를 ‘게으르다’, ‘넌 왜 맨날 늘어져 있니’, ‘그러니 살이 찐다 ‘, ’ 쉼 없이 움직여라 ‘... 등 폭풍 잔소리와 폭언과 함께 성장하게 했다. 지금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만 하는 수많은 규율과 거기에 맞추느라 늘 피곤하고 무기력한 나, 그리고 이런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주 자책하고 자괴감을 느끼고, 그리고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최근에야 자율 출퇴근 시간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그 안에 들어가 일하면 보이는 모순들이 많다. 회사규율로 9-11시 출근이라 적혀 있어도 알게 모르게 11시 출근하는 사람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은 축으로 보는 기성세대(?) 사수를 직접 경험한 바도 있다. 단어는 유연근무제이지만 전혀 유연하지 않은 마음이다. 이런 여러 사회적 규율 때문에 프리랜서를 해야 하나 수없이 생각해 봤지만 현실은 그걸로 밥 먹고 살긴 쉽지 않았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그래서 결국 경제적으로 그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자취직장인인 나는 어떻게든 참아야 한다. 참고 어기적어기적 살아간다.


 정신과 선생님에게도 털어놓았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기를 쓰고 별 노력을 다해봤지만 여전히 잘 안 돼요.. 다수의 패턴에 맞추지 못해서 힘들어요..” 했더니 선생님은 “그게 환자분 탓이 아니에요. 우울증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 알겠는데.. 결국엔 약으로도 이건 해결이 안 되고, 난 겨우 혼자 벌어먹고살아야 하는 서울의 가난한 자취 월급쟁이인데 탓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요즘같이 허구한 날 비가 오고, 흐리고, 습한 날이면 더더욱 몸을 일으키기 힘들다. 로봇이라도 와서 날 좀 일으켜서 움직이게 해 줬으면 좋겠다.


나.. 이런데도 한국에서 계속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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