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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MIAN Jul 17. 2023

알바도 쉽지 않아.

그리워진 내 본업..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걸까?

 이런저런 이유로 도저히 다니기 힘들어 퇴사한 후 알바를 이곳저곳 전전하며 여전히 비정규직과 최저시급을 연명하며 세상을 배회하고 있는 나이다. 진짜 죽을 것 같아서 스타트업에서 도망쳐 나왔지만, 그보다  더 열악한 바깥세상, 비정규직의 세상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그동안 이직의 노력을 안 한 게 아니었다. 알바들과 동시에(알바 구하기도 굉장히 애매했다. 어정쩡하게 단기직 구하기란 더 힘든, 나이에서 한번 더 힘든.. 관련경력 물을 때 더 힘든) 기존 분야에서 지원과 면접을 수도 없이 봤다. 이번엔 정말 될 거라고 걸었던 억지 확신과 실낱같은 희망들은 다시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계속해서 반복됐다. 끝없는 면접과 희망고문에 어느새 1년은 훌쩍 지나가 버렸고, 난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려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알아서 인생아 흘러가라 하며 진정한 Loser로 살고 있다.


 이런 내 모습이 굉장히 찌질 해 보이고 조촐해 보일 땐 겨우겨우 운동을 하며 이성을 붙잡아 가고는 있지만.. 자꾸만 언젠간 붙잡고 있는 가느다란 실마저 툭하며 끊어져 버릴까 매일같이 두렵다. 사실 내가 디자이너로(정규직) 일할 때가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단지 알바에 전전하며 사는 지금보다는 훨씬 낫지만 일할 때 끊임없이 내가 이 일이 맞나, 아닌가 하며 의심해야 했고, 주어진 포지션이나 책임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멋모르고 택했던 전공, 이후 전공 관련 일들로 채워진 시간들은 어느새 10년이 넘게 난 어디로 걷는지도 모르고 걸어왔다. 이제는 사실상 돌이키기 어렵다는 걸 잘 안다. 이제 와서 무엇이 잘 맞는지 알아보겠다고 이일 저일 찔러보는 것도 갓 스무 살 넘은 20대들이나 가능한 것이다. 지금은 30대가 지났으며, 사회에서도 바라는 인재상이라는 것이 있고, 하다못해 알바도 그러하고, 매달 부담해야 하는 지출비용들이 있다.


  점점 일하긴 어려워지고 월급은 줄어드는 세상살이를 뼈저리게 체감 중이다.


 엄마는 이런 내가 굉장히 못마땅하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이젠 연락도 거의 안 한다. 서로를 비난할 기력이 없어진 것일 지도 모른다. 직장에서의 지위는 물론이고 결혼은 이미 했어야 하는 이 나이에 괜한 직장은 왜 때려치워서 이 난리에 지지리 궁상인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늘 말하신다. 아무렇게나 뱉어대는 “시집이나 가. 애 낳고 살아. 그럼 힘든지도 모르고 잘 산다.” 하는 말,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방법은 알려주지도 않고 끝내버리는 충고 같은 비난. 그렇게 쉽게 누구 만나서 애도 너무 그냥 잘 낳아버려서 살면 나야말로 너무 좋아서 매일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고 다닐 것이다. 전화할 때마다 치부를 쑤셔대는 엄마이기에 난 그냥 기피하기로 정했다. 요즘은 살아있다고 대답만 하는 정도이다.


 저번달만 해도 그냥 될 대로 돼라 마인드로 무턱대고 시작했던 푸드코트 알바는 한 달 채 못 일하고 그만뒀다. 10일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약 먹으며 누워만 있어야 했다. 수저도 못 들 만큼 온몸과 사지가 퉁퉁 부어 하루 세 번의 진통제도 안 통할 만큼 통증이 심했던 그 경험.. ’일 함부로 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겠구나‘, 동시에 ’왜 나만 이러지?‘, ’나만 일을 못할 지경이지?‘ 하는 자괴감. 저마다 할 일이 따로 있구나 싶지만, 동시에 그것들 따질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 분노로 속은 더 쓰려왔다. 어둑한 날 홀로 단칸방 침대에 누워서 응시하던 천장이 그렇게 어두울 수 없었다. 내가 그동안 알바를 이것만 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전에도 수없이 많은 단기알바들, 하루 거의 13시간 일하며 주말 밤낮없이 일하는데 솔직히 이런 투정하면 더 힘든 사람들이 있기에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은 잘 안다. 새벽같이 일어나 일터에 나가는 중년층 분들 많이 봤고, 새벽에 일끝내고 들어가는 청년층도 많이 봤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을 보며 쓰린 내 속이 가라앉지는 않는 것 같다.


 사람마다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이 있기 마련이지만, 정말이지 내게 요즘 근 1년은 무섭게 안 풀리고 있다. 그래도 한때 여기저기서 다재다능하다며 칭찬을 자주 듣던, 미래의 유망주라는 소리도 듣던 그 한여름밤의 꿈같던 젊은 날들은 산산이 부서져 비로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요즘 미친 듯이 퍼부어 대는 7월의 장맛비는 온난화와 함께 이상기후 현상이라고 뉴스에서 떠들어 대는데, 내 인생 기후도 점점 더 이상해져 가는 듯 하다.


 한 치 앞도 모르겠는 세상. 그저 한 가지 어떤 것에 집중할 기회만 계속 주어져도 다행이다. 한 가지 어떤 일에 집중해서 열심히 주야장천 하라고 했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다 잘해도 취업하기 어려운데, 한 가지만 열심히 하라고 쌍팔년도 때 얘기를 계속하는 부모님 입도 좀 막고 싶다.


나야말로 그런 세상을 바라.
한 가지 일만 잘해서 먹고살 수 있는 것도 요즘 세상에 얼마나 큰 행운인 건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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